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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랜선 사수’에게 ‘일 잘하는 법’ 배우는 밀레니얼 직장인들

등록 2021-04-14 04:59수정 2021-04-14 07:35

퍼블리 등 커리어 콘텐츠 플랫폼 이용 증가
두루뭉술한 업무지시에 불만…명확한 매뉴얼 선호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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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부터 한 광고대행사에서 광고기획자(AE)로 일하고 있는 황예은(25)씨는 지난달 한 커리어 콘텐츠 플랫폼 이용권을 결제했다. 황씨는 “회사 업무가 바빠 사수에게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바로 일을 시작했다”며 “사실상 혼자 일을 배워야 하는 환경이어서 출퇴근 시간에 온라인 콘텐츠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웃소싱 플랫폼 기업에서 디자인과 마케팅 업무를 하는 1년차 직장인 김승현(23)씨도 콘텐츠 플랫폼에서 직무 관련 콘텐츠를 결제해 이용하고 있다. 김씨는 “사수가 아예 없고 체계가 아직 잡히지 않은 스타트업에 다니다 보니, 미팅에서 쓰이는 실무용어 등 기초적인 것부터 온라인 콘텐츠로 배웠다”고 말했다.

최근 퍼블리·패스트캠퍼스 등 커리어 콘텐츠 플랫폼을 이용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출생한 세대) 직장인이 늘고 있다. 직장 윗 선배인 ‘사수’ 대신 온라인 유료 직무·실무 교육 콘텐츠를 활용해 업무 능력을 스스로 키우는 것이다.

13일 퍼블리 멤버십 유료 이용자 비율을 보면, 0~4년 차 직장인이 전체 이용자의 49%를 차지했다. 5~9년 차는 25%, 10~14년 차 14%, 15년 차 이상이 12% 순이었다. 전체 퍼블리 멤버십 유료 이용자 수는 지난해 3월 말에 6452명에서 지난달 말 2만4155명으로 274%나 폭증했다. 패스트캠퍼스는 25~34살 이용자가 전체의 36.7%로 가장 많았고, 지난해 전체 신규 이용자는 전년 대비 37% 증가했다.

밀레니얼 세대들은 사내에서 간략한 인수인계와 곁눈질로 업무를 배우는 데 불만을 느끼고 명확한 업무 매뉴얼과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어 이러한 플랫폼을 이용한다고 말한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면서 직상 상사를 직접 대면하며 ‘노하우’를 체득할 기회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한 공기업에 입사해 콘텐츠 기획 업무를 맡은 김아무개(25)씨는 곧바로 인프런·베어유·패스트캠퍼스 등 커리어 콘텐츠 플랫폼에서 30만원가량을 결제했다. 김씨는 “사내 교육은 따로 없었고 사수가 알려주는 것도 기본적인 내용뿐이어서 막막했다”며 “강의나 매뉴얼 형태의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느껴 기획안 작성법, 포토샵·일러스트레이터 이용법 등에 대한 온라인 콘텐츠를 결제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두루뭉술한 업무지시나 추상적인 직무교육에 불만을 갖고 구체적이고 명확한 지시를 바라는 것은 실리와 투명성을 중시한다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과 맞물린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는 ‘직장 내 세대갈등과 기업문화 종합진단 보고서’에서 2030세대를 명확한 지시를 바라는 ‘내비게이션 세대’라고 규정한 바 있다. 두루뭉술하게 일을 배워왔지만 이를 관행으로 받아들이는 윗세대와 다르다는 것이다. 최근 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 대기업 ‘2030 직원’들이 ‘성과급 기준 비공개’라는 관행에 의문을 제기하고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목소리를 낸 배경에도 이들 세대의 이런 특성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커리어 콘텐츠 플랫폼을 이용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출생한 세대) 직장인이 늘고 있다. 퍼블리 누리집 갈무리
최근 커리어 콘텐츠 플랫폼을 이용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출생한 세대) 직장인이 늘고 있다. 퍼블리 누리집 갈무리

이들은 ‘밀레니얼 세대는 회사일에 관심이 없다’는 통념에 관해서도 ‘업무 자체와 자신의 경력 관리에 갖는 관심’을 잘못 이해한 편견이라고 반박한다. 개인보다 전체를 내세우는 기존의 회사 조직문화에 거부감을 가질 뿐, 직장인으로서 주어진 일을 완벽히 처리하고 개인이 성장하는 것에는 누구보다 힘을 쏟는다는 것이다.

5년 차 프리랜서 강사 이아무개(34)씨는 “기성세대에 비해 회사에 대한 책임감이나 의무감이 없고 딱딱한 조직문화를 싫어하지만, 커리어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식품 관련 기업에서 마케팅 일을 하는 4년 차 직장인 김아무개(29)씨도 “회사의 성장보다 개인적인 성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라며 “회사는 성장하지만 나는 더 성장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느끼면 이직을 고려할 것 같다. 현재 회사 내에서 받는 교육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느껴 온라인 플랫폼 등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료 콘텐츠 플랫폼 등을 통해 회사 밖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직이나 창업을 꿈꾸는 이들도 있다. 1년간 한 대기업 계열사에 다니다 최근 개인 사업을 시작한 문아무개(28)씨는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직장 자체보다는 변하지 않는 나의 실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회사에 다닐 때도 직무 외 실력을 갖추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에서 직무와 상관없는 모바일 앱 개발 강의를 들었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는 투명성을 중요시하고,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것에 따르려는 특성이 있다”며 “기업이 이들과 함께 나아가려면 직원들에게 업무 처리 절차 등을 충분히 설명하고, 효과적인 교육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커리어 콘텐츠 플랫폼을 이용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출생한 세대) 직장인이 늘고 있다. 패스트캠퍼스 누리집
최근 커리어 콘텐츠 플랫폼을 이용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출생한 세대) 직장인이 늘고 있다. 패스트캠퍼스 누리집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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