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의 장애인 비하 발언에 관한 인권위의 권고 이행 결정 공개 요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시정 권고를 받았지만 민주당은 권고 내용 일부만 이행 계획을 밝혀 인권위가 ‘일부 수용’ 판단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은 권고를 모두 받아들여 인권위가 ‘전부 수용’이라고 판단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19일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이날 인권위 관계자와의 면담을 통해 민주당이 인권위에 ‘재발방지대책 마련’에 대한 이행 계획만 제출했고, 이 전 대표 등에 대한 인권교육 내용은 빠져 있었던 점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인권위 권고내용을 모두 따르기로 한 이행 계획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해찬 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해 1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민주당 영입 ‘1호 인재’로 불린 척수 장애인 최혜영 사회복지행정학과 교수를 언급하며 “선천적인 장애인은 후천적인 장애인보다 의지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라며 장애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비슷한 시기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를 향해 “그런 상태로 총리가 된다면 이것은 절름발이 총리”라고 말해 장애인단체가 이들에 대해 장애인 비하 발언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낸 바 있다. 인권위는 두 정당에 재발방지대책 마련 및 발언자와 전 당직자들 상대 장애인 인권교육 실시 등의 ‘권고’ 조처를 내렸다.
그러나 인권위는 지난 13일 전체위원회에서 두 정당의 권고 이행 계획을 두고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회의를 진행했지만 회의 결과를 비공개에 부쳐 비판을 받았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권고 조치를 받은 피진정인은 90일 이내 이행결과를 인권위에 제출해야 하고, 인권위는 이행에 대한 수용 또는 불수용 결정을 해야 한다. 전장연은 인권위에 수차례 진정 내용에 대한 확인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박 대표가 이날 면담을 통해 이행계획 수용 여부를 알게 됐다고 밝혔다. 전장연은 “진정인의 정당한 권리를 무시한 채 전원위원회를 통해 결정을 내리고, 진정인은 자신의 진정과 이후 진행을 확인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은 전원위원회의 인권침해”라고 했다. 전장연은 이어 “이번 사안은 개인 간 사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 책임을 가진 정치인의 장애인 비하 발언이라는 공익적 성격을 가진 것”이라며 “인권위는 스스로 내린 권고 결정을 무력하게 만드는 비공개 결정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전장연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정보공개청구 등 인권위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기 위해 필요한 방법을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활동가 조아무개씨 등은 ‘장애인의날(20일)’을 맞아 지난 1년간 장애인 혐오 발언을 내뱉은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원고 1인당 1백만원의 위자료를 요구하는 장애차별구제 청구소송을 낼 예정이다. 조씨 등이 소송을 제기할 대상은 국민의힘 곽상도(‘외눈박이’ 대통령 발언)·김은혜(‘꿀 먹은 벙어리’)·허은아(‘집단적 조현병’) 의원과 민주당 이광재 의원(‘절름발이’) 등이다.
장예지 장필수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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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소수자 집단 비하’ 첫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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