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이 20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회관에서 엘에이치 건설사업용역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경실련 제공.
한국토지주택공사(LH·엘에이치)가 발주한 건설사업관리 용역 입찰 과정에서 엘에이치 내부 직원들의 평가가 낙찰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부 소수 업체들이 담합해 돌아가며 낙찰받는 정황도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0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엘에이치가 2020년부터 2021년 3월까지 계약 체결한 건설사업관리 용역에 대한 평가자료를 공개했다. 자료를 보면, 엘에이치 내부 평가 위원이 1위로 선정한 업체가 최종 낙찰자로 결정된 사업은 해당 기간 체결된 건설사업관리 용역 92건 중 83건(90.2%)에 달했다. 엘에이치는 20억원이 넘는 건설사업 관리 용역 사업에는 심사위원단(내부 위원 3명·외부 위원 4명)을 꾸려 기술 능력(100점 만점 중 80점)을 평가하는데, 여기서 고점을 얻게 되면 낙찰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내부 위원이 1위로 평가한 업체가 탈락한 용역 사업은 9건(9.8%)에 그쳤다.
엘에이치 직원들이 내부 위원으로서 자주 평가에 참여해 업체들을 상대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분석 대상 용역 사업 92건 중 평가 위원으로 한 번 이상 참가한 사람은 296명 중 엘에이치 임직원은 140명이었다. 3회 이상 평가 위원으로 참가한 엘에이치 직원은 53명으로 집계됐다. 7번 참가한 직원도 있었다. 엘에이치는 또 올해부터 내부 위원 3명을 5명으로 늘렸는데 경실련은 이를 놓고 “내부 직원이 전문가적 중립의무를 벗어나 전체 평가 분위기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용역 92건 중 사업금액 기준 상위 10개 중 6개 사업을 엘에이치 전관을 영입한 업체가 수주했다고 경실련을 설명했다.
이밖에 2~3개 소수 업체들이 돌아가며 용역 사업에 참여하는 정황도 나타났다. 용역 사업 92건 중 단 2개 업체만 입찰에 참여한 사업은 66건으로 71.7%를 차지했다. 3개 업체만 참여한 사업은 17건이었다. 또 용역 92건 중 상위 10개 업체가 수주한 사업은 49건으로 전체 사업금액 4504억원 중 2898억8000만원으로 집계됐다. 경실련은 “건설사업관리 용역 사업에서 기술이행능력을 겸비한 업체들이 상당수인데 입찰 참여업체 수가 단 2곳밖에 되지 않는 것은 상위업체끼리의 담합이 아니고서는 설명되지 않는다”며 “돌아가면서 수주를 하려고 단 2개 업체만의 입찰참여가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엘에이치는 내부 위원들이 1위로 선정한 업체는 외부 위원들 또한 높은 점수를 준 업체라며 경실련의 주장을 반박했다. 엘에이치 관계자는 “최종 낙찰자로 선정된 업체 중 외부 위원이 1위로 평가한 업체가 최종 낙찰자로 선정된 사업은 83건으로 내부 위원 평가가 절대적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입찰 공고 및 참여기회는 모든 업체에게 공정하게 주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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