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시 복지상 장애인 인권 분야 시상식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박원순 전 시장 재직 시절 벌어진 성희롱·성폭력 사건 피해자에게 사과했다. 성희롱·성폭력 사건 가해자는 즉각 퇴출시키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시행하는 등 성비위 사건에서 무관용 원칙을 세우겠다고 했다.
오 시장은 이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전임 시장 재직 시절 있었던 성희롱·성폭력 사건에 대해 서울특별시를 대표하는 현직 시장으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지난 1년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시간을 보낸 피해자와 가족분들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미 피해자를 만나 업무 복귀 문제를 상의했고 원활하게 추진 중”이라며 “‘재조사를 엄격히 시행해 진실과 거짓을 밝혀주되 그 재조사 대상이 되는 분들에 대한 인사 조처는 최소화해달라’는 부탁도 (피해자로부터) 받았다. 피해자가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부서에 복귀해 어색한 대접을 받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날 인사에서 박 전 시장 장례식을 총괄했던 김태균 행정국장을 상수도사업본부장으로 전보 발령 냈다. 그는 “사건 발생 즉시 제대로 된 즉각적인 대처는 물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대해서도 서울시의 대처는 매우 부족했다. 아직도 서울시 청사 내에서 성희롱 피해 사례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사건 당시 인사 문제, 장례식 문제 등과 관련하여 책임 있는 자리에 있었던 인사의 인사명령 조치도 단행했다”고 말했다.
요직으로 꼽히는 행정국장을 외부 사업본부장으로 보내는 건 사실상 문책성 인사로 평가된다. 오 시장은 “박원순 전 시장의 장례를 서울시기관장으로 치르고 서울광장에 설치된 분향소를 보면서 피해자는 엄청난 위력 앞에 절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여당과 측근그룹들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박 전 시장 시민장 진행과 관련한 모든 책임을 직업공무원인 김 행정국장에게 묻는 게 합당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조인동 기획조정실장과 김 행정국장 모두 업무 능력이 뛰어나 박 전 시장 때 요직을 거치는 등 중용됐던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시장이 바뀐 뒤) 한 사람은 행정부시장으로 발탁되고 한 사람은 좌천됐다”고 씁쓸해했다.
오 시장은 성희롱·성폭력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성비위 확인 시 즉각 퇴출)를 즉시 도입할 것을 선언한다”며 “성희롱·성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해 2차 피해가 가해질 경우에도 한치의 관용조차 없을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성희롱·성폭력 특별전담기구 설치 △성비위 사건 신고 핫라인 개통 △서울시와 출연기관 소속 모든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성폭력 방지 교육 100% 이수 의무제 도입 등도 언급했다.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는 이날 피해자지원단체와 변호인단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무엇이 잘못이었는가에 대한 책임 있는 사람의 진정한 사과였다”며 “제 입장을 헤아려 조심스럽게 말씀하시는 모습에 눈물이 났다”고 밝혔다.
김양진 박태우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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