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학생들이 변호사시험(변시) 합격자 축소 등을 요구한 변호사단체를 겨냥해 ’변호사단체의 이기주의로 수험생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또다시 냈다. 변시 합격자 수 축소 요구에 이어 실무연수자 200명 제한 등의 움직임을 보이는 변호사단체를 향한 ‘기득권의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비판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로스쿨 학생들로 꾸려진 법학전문대학원 원우협의회는 26일 성명을 내어 “로스쿨 출신 변호사,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들의 ‘밥그릇 지키기’로 로스쿨 학생이 희생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대폭 줄일 것을 요구하고, 합격자가 필수로 받아야 하는 실무연수 인원을 200명으로 감축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반발이다. 원우협의회는 “법무부가 변시 1회에서 응시자대비 87%를 합격시켰다. 그러나 이후 법조계의 ‘사다리차기’로 합격자 수를 통제해, 올해 변시 10회에서는 1706명, (응시자의) 54%만 합격했다”며 “올해만 오탈자(탈락자)가 240명 이상, 누적 1천명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최근 대한변협 등 변호사단체들은 합격자 수 감축 주장에 이어, 실무연수 인원을 줄이는 등 신규 변호사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한 ‘실력 행사’에 나서고 있다. 대한변협은 지난 21일 제10회 변시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국내 법률시장을 고려해 합격자 수를 1200명으로 감축해야 한다”며 시위를 벌인데 이어 합격자 수가 1706명으로 결정되자 “합격자 200명에게만 실무연수를 제공한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변시 합격자는 변호사법에 따라 6개월 이상 변협이나 법률사무종사기관에서 실무연수를 받아야만 사무실 개업이나 사건 수임 등을 할 수 있다. 지난해 법률사무종사기관에서 연수를 받은 신규 변호사는 약 1천명이어서, 변협이 200명만 연수를 진행하면 약 500명은 연수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원우협의회는 “모순적이게도 지금 합격자 수 축소를 주장하는 핵심 인사들은 (합격률이 높았던) 변호사시험 1, 2기 초기 기수로 대한변협, 서울지방변호사회 집행부”라며 “자신들은 훨씬 수월하게 합격하고도, 후배 기수들은 더 힘들게 공부하고 더 점수 잘 받아도 탈락하게 하고 있다. 수험생은 수천만원 빚에 골방 생활을 하는데 ‘숫자를 줄이자’는 변호사의 에스엔에스(SNS)에는 골프라운딩, 수십억 아파트 이야기가 나온다”고 꼬집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