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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필 의혹’ 규명보다 ‘제보자 색출’ 바쁜 독립기념관장

등록 2021-04-27 04:59수정 2021-04-27 07:10

‘독립운동인명사전’ 파장
대필 의혹 당사자 한시준 관장
자료유출 경로 추적 나서
‘엉뚱한’ 직원 2명 좌천성 인사
독립기념관. <한겨레> 자료 사진
독립기념관. <한겨레> 자료 사진

<한국독립운동인명사전>(인명사전) 집필자들의 ‘대필 의혹’과 관련해(관련기사 : 독립운동인명사전 편찬 학자들, 남의 글로 ‘무늬만 집필’했다) 독립기념관이 내부 감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한시준 독립기념관 관장이 언론 제보자 파악에 나서고 애먼 직원들을 상대로 이례적인 인사조처를 해 입길에 오르고 있다.

2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한 관장은 지난 3월26일 오전 독립기념관 직원 ㄱ씨를 사무실로 불러 “당신이 한겨레신문에 자료를 유출한 게 450건 정도인데 (독립기념관) 감사부장은 이게 징역 3년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내가 이걸 수사 요청하면 엄청 다칠 텐데 (…) 본인이 이용당하는 걸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에 ㄱ씨가 “이번 (언론이 보도한) 의혹과 전혀 관계가 없다. 모두 해명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한 관장은 “(내부망) 로그인 기록을 찾아보니 당신이 엄청나게 (인명사전 관련) 자료를 로그인해서 봤다고 하더라”며 “처신을 어떻게 해서 살아날 길을 찾든지, 당할 길을 찾든지 알아서 하라”고 통보했다고 한다. “업무 규정을 어긴 적이 없고 절차대로 했다”는 ㄱ씨의 해명에도, 한 관장은 “수사요청을 하라고 (감사부에) 이야기하겠다. 판단은 당신이 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대화를 맺었다.

앞서 독립기념관은 3월8일 ‘대필 의혹’을 놓고 자체 감사를 착수했다. 그러나 3월18일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국가보훈처 현장 보고’에서 한 관장은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에게 “언론에 제보한 사람을 조사해 조치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립기념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 관장은 이 시기를 전후로 내부망 접속 기록을 확인하는 등 내부 자료 외부 유출 경로를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장과 ㄱ씨가 면담한 지 일주일 만인 4월1일 ㄱ씨와 또 다른 직원 ㄴ씨는 독립기념관 전략기획부로부터 인사발령을 통보받았다. ㄱ씨는 지난해 12월 팀장으로 발령받은 지 3개월여 만에 연구위원으로, ㄴ씨는 지난해 7월 부장으로 발령받은 지 1년이 채 안 돼 역시 연구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독립기념관의 정기인사는 1월과 7월 두 번이라 이들에 대한 인사발령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독립기념관 관계자는 “통상 일주일 전에는 당사자에게 인사이동 결과를 말해주는데, 부장과 팀장에서 내려와 평직원이 되는 인사발령을 당일 전화 한통으로 면직 통보를 하는 건 좌천 성격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인사조처를 당한 직원들은 각종 소문에 시달리며 정신적 고통을 주변에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겨레>는 인명사전 편찬 과정에서 역사학자들이 과거 독립기념관·국가보훈처 직원들이 집필했다가 정부 지침을 어겨 환수된 원고를 ‘재활용’한 정황을 보도했다. 문제의 원고는 ‘공무원이 자기가 소속된 기관 사무와 관련해 원고를 작성할 경우 원고료 지급이 불가능하다’는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라 2016년 11월 원고료와 함께 환수된 원고다. 이후 독립기념관은 대학교수와 역사학자들에게 새롭게 원고를 청탁했지만, 일부 역사학자들은 직원들의 기존 원고를 받아 자신의 이름으로 독립기념관에 제출해 원고료를 받았다. 일부 독립기념관·국가보훈처 직원들은 자신의 원고를 활용한 역사학자들에게 원고료를 돌려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 관장 역시 단국대 교수 시절 국가보훈처 직원이 쓴 인명사전 원고(지청천 편)를 받아 다시 독립기념관에 제출해 원고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한 관장은 “전공자가 아닌 사람에 의해 집필된 원고였기에 규정에 맞게 고쳐 쓴 것으로 기억한다”고 해명한 바 있다.

독립기념관은 보도 이후 자체 감사를 진행하며 ‘역사학자들이 원고료를 받아 실제 집필자에게 돌려준 것을 확인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국가보훈처와 공유했다. 이 보고서에는 독립기념관과 국가보훈처 연구원들이 쓴 원고를 전수조사하고 문제 발견 시 재집필 등의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한 관장은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ㄱ씨에게 한 발언에 관해서 “감사부에서 (자료유출 행위는) 징역 3년의 처분을 받을 수 있다며 수사요청을 할 수 있다는 보고를 받았기에 미리 잘 대비해라는 의미에서 선의로 얘기한 것”이라며 “수사요청을 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좌천성 인사를 했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관련 경험, 전공 분야와 상관없는 업무를 하는 직원들을 빼고 적당한 사람으로 바꿨다”고 해명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바로가기 : 독립운동인명사전 편찬 학자들, 남의 글로 ‘무늬만 집필’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85531.html

▶바로가기 : 독립기념관 ‘인명사전 대필 의혹’ 보훈처에 감사 의뢰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8608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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