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공무원 신분으로 지난해 4·15 총선에 출마해 당선된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선무효를 피했다. 대법원은 공무원이 공직선거 후보자가 되기 위해 사직원을 제출했다면 수리 여부와 상관없이 접수 시점 이후부터 정당 가입이나 후보자등록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공무원이 공직선거에 출마하려고 사직원을 냈지만 수리되지 않은 경우, 정당 가입이나 후보자등록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법원이 판단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9일 이은권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황 의원을 상대로 낸 국회의원 당선무효 소송에서 기각 결정을 내렸다. 당선무효 소송은 대법원 단심제로 진행된다.
앞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울산시당은 2018년 3월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 중이던 황 의원을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관련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해 관련 수사가 진행됐다. 황 의원은 2019년 11월 경찰청에 명예퇴직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경찰인재개발원으로 전보됐다.
당시 황 의원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자등록 가능 여부를 문의했고, 중앙선관위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일정한 시기까지 사직원이 접수되면 후보자등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황 의원은 지난해 1월15일 4·15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의원면직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무원 비위사건 처리규정’에는 비위와 관련해 조사 또는 수사 중인 경우 의원면직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이튿날 황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에 입당원서를 냈다.
황 의원은 같은 달 29일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됐고, 현직 경찰 신분으로 4·15 총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같은 선거구에 출마했다가 선거에서 진 이 전 의원은 같은 해 5월18일 “현직 경찰 신분으로 정당 후보 추천을 받아 국가공무원법과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등록무효 사유가 있다”며 소송을 냈다. 이후 경찰은 황 의원이 21대 국회의원 임기를 시작하기 하루 전날인 같은 달 29일 조건부 의원면직을 결정했다.
이에 대법원은 “공무원이 공직선거 후보자가 되기 위해 공직선거법에서 정한 기한 내에 사직원을 제출했다면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사직원 접수 시점에 직을 그만둔 것으로 간주되므로, 그 이후로는 공무원이 해당 공직선거와 관련해 정당의 추천을 받기 위해 정당에 가입하거나 후보자등록을 할 수 있다”며 이 전 의원 쪽 청구를 기각했다. 황 의원이 후보자등록 당시까지 사직원이 수리되지 않았더라도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등록무효 사유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이어 “(소속기관의 장 또는 소속위원회에 사직원이 접수된 때에 그 직을 그만둔 것으로 본다고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53조 제4항은 공무원이 공직선거에 출마하고자 법정기한 내에 사직원을 제출함으로써 더 이상 직업공무원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하게 표시했음에도, 소속 기관장이 사직원 수리를 지연하거나 거부함에 따라 후보자등록을 할 수 없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되는 것을 방지하고 공무원의 사직원 제출 후 공직선거 출마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직원을 제출해 접수된 이후로는 정당 추천 후보자가 되기 위한 정당 가입도 허용된다고 보는 것이 정당제 민주주의를 채택한 헌법질서와 공직선거법 입법 취지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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