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야당의 ‘거부권’(비토권)을 무력화한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헌법 소원 심판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 등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의결 정족수를 6명에서 5명으로 줄인 공수처법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로 각하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각하란 소송이나 청구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청구인의 주장을 판단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것이다.
헌재는 “추천위 위원은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고 독립하여 그 직무를 수행하므로 후보 추천에 관한 의결권은 위원을 추천한 정당이나 국회의원이 아닌 위원 개인의 권한”이라며 “야당이 추천한 위원의 거부권이 사실상 박탈됐더라도 이것이 청구인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해당 조항에 대한 심판 청구는 부적법하다”고 밝혔다.
공수처법은 지난해 7월 시행됐으나 공수처장 후보 선출 과정에서 여야 추천위원들의 이견으로 최종 후보 추천이 미뤄졌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는 모두 7명으로, 여야가 추천하는 위원이 각 2명씩 들어간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추천위 의결정족수를 기존 6명에서 ‘3분의 2’ 이상, 즉 5명 이상 찬성하면 의결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야당 쪽 위원 2명의 거부권을 무력화한 것이다. 이에 유 의원 등은 “공수처법 개정안은 국민 주권주의와 의회주의 등 헌법상 기본원리를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냈지만, 헌재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