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서 슬쩍 손을 잡은 날도 있었고 회식자리에서 가슴 쪽을 친 적도 있었습니다. 술자리를 강요하고 나오지 않는다고 비난했어요.”(직장인 김아무개씨)
“정규직 채용에 합격해 1년간 수습으로 근무하던 중 기간 종료 일주일 전에 ‘전환 불가’ 통보를 받았습니다. (…) 큰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 이상 정규직이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너무나 황당합니다.”(취업준비생 김아무개씨)
고용·노동 시장에서 약자인 비정규직과 여성·청소년 노동자들이 여전히 회사로부터 각종 괴롭힘과 부당한 대우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들을 해고와 갑질로부터 지켜주는 노동조합 조직률은 공공부문·대기업을 제외한 다른 사업장에선 여전히 저조하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신원이 확인된 전자우편 제보를 분석해보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해고당하는 등 실직의 아픔을 겪었다. 고속버스 회사에서 계약직 기사로 일한 ㄱ씨는 코로나로 회사가 어려워지자 사직서 작성을 강요받았다. ㄱ씨는 “회사가 지금까지 계약을 갱신해주던 계약직 사원들에게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고 사직서까지 강요해 받아내고 있다. 힘없는 계약직 기사들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쫓겨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직장갑질119가 지난 3월 성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1월 코로나19가 본격화한 뒤 실직 경험 여부를 묻는 말에 정규직의 경우 7.2%가 실직을 경험했지만, 비정규직은 35.8%가 실직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여성 노동자들은 직장 상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하고 육아휴직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 직장인 박아무개씨는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을 앞둔 상황에서 회사가 소속 부서에서 근무할 사람을 채용하는 공고를 낸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회사가) 제가 원래 있던 부서가 아닌 힘든 부서로 발령을 내고, 일을 못한다는 이유로 시말서를 쓰게 해서 자르려고 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직장갑질119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여성의 실직 경험은 24.8%로 남성(14.1%)에 견줘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이밖에 어렵사리 취업했어도 회사로부터 ‘채용 사기’를 당하거나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신청했다는 이유로 괴롭힘과 모욕을 당했다는 청년들도 직장갑질119의 문을 두드렸다.
비정규직과 여성, 청년과 같은 조직 내 약자들을 위해선 노동조합이 필요하지만, 공공부문을 제외한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은 2%가 채 되지 않는다. 직장갑질119는 “작년 12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9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을 보면 공공부문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70.5%, 공무원은 86.2%, 300인 이상 대기업은 54.8%로 매우 높았다. 하지만 100인 미만 사업장은 1.7%, 30인 미만 사업장은 0.1%로 매우 낮았다”고 설명했다.
직장갑질119 박점규 운영위원은 “정부는 노조 가입을 이유로 한 불이익을 엄단하고 산업·업종별 교섭과 협약을 활성화해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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