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명하복 문화에 익숙한 50대 vs. 수평적 소통 중요한 청년층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변화 체감차이 ‘뚜렷’
“상사가 상명하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 업무와 관련해서는 토 달지 말고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하라고 합니다. 문제를 제기하는 젊은 직원에게는 ‘개념 없는 90년대생’이라고 지적합니다.” (20대 직장인 ㄱ씨)
회사에서 20∼30대 막내급 직장인들이 50대 이상 ‘꼰대’(자신만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강요하는 사람) 상사의 폭언과 괴롭힘에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인식을 놓고도 간극이 컸는데, 노동계에선 “상명하복식 직장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직장갑질119가 전자우편을 통해 접수한 피해사례를 보면, 50대 직장 상사들은 고압적인 말투로 부하 직원을 윽박지르거나 소통을 거부한 채 업무 지시를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상사와의 갈등을 견디다 못해 불면증을 얻었다는 ㄷ씨는 “상사가 윗사람 개념을 강조하고 군대 같은 수직적 구조를 원한다”며 “상황 공유를 해줘야 일을 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더니 ‘뭐 이런 싸가지 없는 년이 다 있어’라며 욕을 했다”고 토로했다. 아이티(IT)회사에서 근무하는 20대 직장인 ㅂ씨도 “회사의 50대 부장, 이사, 사장님은 말대꾸를 싫어하는데, 잘 모르는 부분을 물어보면 ‘말대꾸하지 말라’고 짜증 낸다. 모르는 것도 물어보면 안 되고, 다 말대꾸라고 하면 일은 어떻게 배우나”라고 호소했다.
‘라떼는 말이야’이라는 말로 직원들의 태도를 나무라는 상사로 인해 고통받는다는 제보도 많았다. “상사가 업무보고를 30분마다 하라고 한다. 업무보고를 하느라 다른 일을 하기가 어렵다고 하니, ‘나는 옛날에 1분마다 업무보고서를 작성했다’며 ‘라떼는’(나때는)을 시전하신다.”(20대 직장인 ㅅ씨) “(상사가) 쉬는 시간에 청소시키고 온갖 잡일을 시켜 야근하게 하였습니다. (…) 힘들어서 그만두겠다고 했더니 ‘나 때는 말이야 힘들어도 참고 열심히 해서 칭찬을 받았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ㄴ씨) 이밖에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상사로부터 삿대질을 당하거나 동료로서 존중받지 못하는 이들도 직장갑질119의 문을 두드렸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1년10개월이 지났지만, 괴롭힘의 변화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50대는 ‘괴롭힘이 줄었다’고 평가한 반면 20대는 여전히 ‘괴롭힘이 만연하다’고 답했다. 직장갑질119가 지난 3월 15일부터 23일까지 성인 직장인 10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50대(295명)는 63.7%가 ‘갑질이 줄어들었다’고 답했는데 20대(170명)의 51.8%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뒤에도 ‘갑질이 줄어들지 않았다’고 답해 인식차가 큰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직장갑질119 김유경 노무사는 “가해자로 지목된 상사가 조사 과정에서 ‘라떼는’을 앞세워 본인의 가해 사실을 부정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직장갑질 예방 교육을 시행해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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