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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50원 오르는데 11년…개에 물려도 사비로 치료

등록 2021-05-02 23:10수정 2021-05-03 21:15

나는 투명노동자입니다 : 수도검침원 김애란
수도계량기 검침 갯수로 급여 계산
11년만에 검침 개당 금액 50원 올라
2020년부터 원격검침기 도입 시작
검침원들, 근로자 지위확인소송 제기
김애란씨가 충북 옥천군 대천리의 한 가정에서 수도검침을 하고 있다. 옥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김애란씨가 충북 옥천군 대천리의 한 가정에서 수도검침을 하고 있다. 옥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김애란(43)씨는 9년째 수도검침 일을 하고 있다. 충북 옥천군 대천리, 옥천읍과 면지역 7개 구역 1800여 개 수도계량기를 검침한다. 김씨의 급여는 검침하는 계량기 갯수로 계산된다. “계량기 하나를 전이라고 부르는데 한 전당 900원을 받아요. 11년째 제자리였는데, 올해 처음 50원이 올랐죠.”

김씨는 매달 10일부터 20일까지 수도계량기의 숫자를 확인하고 고지서를 전달한다. 농촌이다 보니 인구밀도가 낮아 하루 평균 180가구를 돌다 보면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일하는 걸 피할 수 없다. 계량기를 확인하기 위해 뚜껑을 들추면 뱀, 쥐, 온갖 벌레와 마주치는 일은 부지기수다. “계량기 점검을 하다 개에 물린 적도 있어요.” 하지만 김씨는 사비를 들여 치료를 받았다. 옥천군 상하수도사업소와 계약을 맺고 일하지만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김씨가 철제 뚜껑을 들어 수도 계량기를 확인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김씨가 철제 뚜껑을 들어 수도 계량기를 확인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같은 집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다보니 동네 사정이 훤하다. 검침을 위해 방문을 하다 보면 홀로 사는 노인들이 말동무가 되어주기도 한다. “어느 날 수도 사용량이 평소와 다르게 줄어 이장님에게 확인했더니 할머니가 쓰러져 병원에 입원을 했다는 거에요.” 김씨는 대천리의 수도 검침원이자, 촘촘한 사회연결망인 셈이다.

하지만 옥천군은 2020년 이원면을 시작으로 무선원격 검침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군은 4억 8000만 원을 들여 옥천군 이원면의 수도계량기 1571개를 무선 원격계량기로 교체 설치할 예정이다. 김씨는 “원격계량기는 아직 완성도가 검증되지 않았고, 8년마다 재설치해야 해 사람이 검침하는 것보다 비용도 많이 드는데 군은 원격시스템을 고집하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김씨가 고지서를 살펴보고 있다. 박종식 기자
김씨가 고지서를 살펴보고 있다. 박종식 기자

옥천군은 이원면을 시작으로 원격계량기를 전면 확대할 계획으로, 김씨는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김애란씨는 군에서 인정하는 ‘노동자’가 아니라 제 목소리를 낼 수도 없다. 현재 옥천 수도검침원은 7명은 근로자 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옥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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