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6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경실련 제공.
국토교통부(국토부)와 한국도로교통공사(도공)이 발주한 건설기술용역(감리·설계) 사업이 국토부와 도공 퇴직자(전관)를 영입한 업체가 모두 수주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6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업계 내부자를 통해 입수한 ‘건설기술용역 수주현황 및 업체별 오비(OB) 영입 현황’ 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는 국토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엘에이치), 도공에서 근무했다가 엔지니어링 업체에 재취업한 200여명의 전관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었다.
경실련은 이 자료를 토대로 “국토부가 최근 2년(2019∼2020년)간 종합심사낙찰제로 계약을 체결한 건설기술용역 38개 사업(계약금액 1529억원) 모두 국토부 전관을 영입한 업체가 수주했다”고 주장했다. 또 “같은 기간 도공에서 종합심사낙찰제로 계약을 체결한 건설기술용역 26개 사업(계약금 1792억원)도 모두 전관을 영입한 업체가 수주했다”고 덧붙였다. 두 기관이 발주한 건설기술용역 사업에는 최소 2곳에서 최대 5곳의 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하게 되는데 적어도 1곳 이상이 전관이 영입한 업체였다는 게 경실련의 설명이다.
국토부와 도공에서 발주한 사업의 대부분이 단 2개 컨소시엄만이 입찰에 참여했고, 업체 간 투찰금액 차이가 1%도 채 되지 않아 담합 정황도 드러났다. 최근 2년간 국토부의 건설기술용역 38개 사업 중 26건(68%)과 도공의 경우 전체 26건 사업 중 24건(92%)이 단 2개 컨소시엄만이 입찰에 참여한 사업으로 확인됐다. 1∼2위간 투찰금액(낙찰 희망 가격)이 1%도 차이가 나지 않는 사업이 국토부는 33건(87%), 도공은 22건(85%)에 달했다. 이에 경실련은 “업체 간 사전담합을 통한 입찰담합이 강하게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현행 종합심사제(종심제)가 전관 영입 경쟁을 부추긴다고 지적하고 있다. 종심제에는 △사업수행방법 △작업 및 직원 투입 계획 △‘전문가 역량’과 같은 ‘정성적 평가 항목’을 대거 배정돼 있다. 국토부는 기존 적격심사제(기준점수만 통과하면 가장 낮은 가격을 제안한 업체를 낙찰자로 지정)를 놓고 “기술력이 높은 업체조차 낮은 가격으로 입찰하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며 2019년 3월15일 종심제를 전면 시행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기술평가 항목에서 정량적 평가는 어느 업체든 거의 만점을 받기에 의미가 없고, 정성적 평가가 낙찰 여부를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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