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군인권센터에서 접수된 사건 가운데 성폭력 사건이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군인권센터는 10일 지난해 진행된 상담 분석 내용을 담은 ‘2020 군인권센터 연례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해 군인권센터에 접수된 성폭력 사건은 총 386건이었다. 강제추행 상담이 195건으로 가장 많았고 성희롱(126건), 강간 및 유사강간(52건), 디지털성폭력(13건) 등이 뒤를 이었다. 2019년 5월 군인권센터 산하에 군성폭력 상담소가 설립돼 관련 상담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군인권센터는 특히 성폭력 사건을 접수한 여군 중 다수가 후속 상담이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성별 권력관계에서의 낮은 위치, 직업군인으로서 생존권의 문제와 수치심, 부대에서 떠도는 소문 등 2차가해 염려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됐다.
군인권센터는 성폭력 사건 수사에 대한 군 검찰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보면, 군 검찰은 지난해 7월 상급자에게 성폭행 당한 피해자를 동성간 성관계를 이유로 군형법상 추행죄를 적용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기도 했다.
군인권센터는 “현재 군에서 시행 되고 있는 성폭력 예방 교육 및 시스템에 대한 장기적인 개선 계획이 요구된다”며 “피해를 호소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실제적인 구제책을 마련하는 등 제도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코로나19로 관련 상담도 큰 비율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상담 1710건 중 코로나19와 관련된 상담이 352건 접수돼 전체 상담의 20.6%를 차지했다. 신분·소속·계급을 막론하고 공통으로 가장 많이 호소한 침해 사례는 ‘사생활의 자유(19%)’였다. 군인권센터는 군 내 감염병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강도 높은 이동 통제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만큼 상담 건수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군인권센터는 “언제까지 통제 일변도의 상황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 2000년대에 들어서 군과 시민사회가 이뤄낸 병영혁신의 성과를 과거로 회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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