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모와 배우자가 자신을 죽이려한다는 망상에 빠져 어머니를 살해한 남성에게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이 남성은 재판에서 심신상실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존속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ㄱ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공기업 직원 ㄱ씨는 2020년 1월 승진 시험에서 2년 연속 불합격하자 충격을 받아 직장에 불신을 갖게 됐고,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는 배우자 ㄴ씨를 폭행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ㄱ씨는 급기야 친부모와 ㄴ씨가 공모해 자신을 살해하려 한다는 망상에 빠졌고, 그해 2월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과다출혈로 사망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ㄱ씨는 또 야간 경비 근무 중인 아버지를 살해하기 위해 새벽 4시께까지 집에서 흉기를 지닌 채 기다린 것으로 조사됐다. ㄱ씨는 아버지가 귀가하지 않자 차량을 타고 이동하던 중 차로를 이탈해 다른 차량을 들이받고 사고 현장에서 도망친 혐의도 받았다.
재판에서는 ㄱ씨의 상태를 심신상실로 인정해 양형에 반영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ㄱ씨가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하는데 상당한 지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사물의 선악과 시비를 합리적으로 판단해 구별할 수 있는 사물변별능력이나 의사결정능력이 완전히 결여된 상태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2심도 “ㄱ씨는 정신병으로 인한 환각으로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범행 당시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식할 능력이나 그에 따라 행동할 능력이 없는 심신상실 상태에까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1심과 같이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치료감호와 5년간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이를 확정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