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자가 일부 진술을 번복했더라도 주된 내용이 일관된다면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해선 안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 공군 중령 ㄱ씨에게 위증교사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성추행 혐의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ㄱ씨는 2014년 1월 부대 회식 뒤 관사로 복귀하는 택시에서 여성인 하사 ㄴ씨를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택시에서 내린 뒤에도 ㄴ씨가 그를 부축하도록 유도한 뒤 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ㄱ씨는 이런 혐의로 징계를 받고 해임됐다. 이후 해임처분취소소송을 내면서 소송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징계 과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사람들을 수사기관에 무고하기도 했다. 또 징계 과정에서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회식한 식당 주인에게 허위 내용을 증언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1심은 ㄱ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하고 성폭력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하지만 2심은 성추행 혐의와 무고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위증교사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0만원 선고했다. ㄴ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사소한 사항에 관한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ㄱ씨는 수사기관에서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 사실의 주된 부분에 관해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했다”며 “ㄱ씨의 진술이 다소 바뀐 적이 있으나 이는 사소한 사항에 불과하고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까지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ㄴ씨의 추행행위를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ㄱ씨의 진술이 다소 바뀐다는 사정만으로 진술 신빙성을 배척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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