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고지서를 적법하게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세금을 돌려달라고 주장하려면 고지서를 받지 못했다는 것을 납세자가 직접 증명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ㄱ씨가 서울시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서울시는 2003년 ㄱ씨에게 주민세 약 1억여원을 부과했다. ㄱ씨는 2001년 9월 출국했다가 2015년 6월 귀국했는데, 서울시가 체납을 이유로 그해 7월 출국금지 조치를 하자 체납액 중 일부인 5600여만원을 납부했다. ㄱ씨는 “서울시는 납세고지서를 적법하게 송달하거나 공시송달하지 않았다”며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은 위법한 과세는 무효이므로 5600여만원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ㄱ씨처럼 법률상 원인을 근거로 부당이득을 돌려달라고 주장하는 경우 이에 대한 증명책임은 주장하는 사람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ㄱ씨가 직접 납세고지서가 적법하게 송달되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2심은 이에 대한 증명책임이 서울시에 있다고 판단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1심은 “ㄱ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납세고지서가 적법하게 송달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며 서울시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은 “납세고지서가 송달됐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과세관청인 서울시에 있다”며 “납세고지서가 ㄱ씨에게 적법하게 송달됐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으므로 서울시는 ㄱ씨에게 5600여만원을 돌려줘라”고 판시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