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기(오른쪽 셋째) 서울대 명예교수와 은사 고 신주언 교사의 부인(왼쪽 셋째). 연합뉴스
전북 김제중앙초교 학생들은 올해 스승의 날을 앞두고 뜻깊은 선물을 받았다. 도서관 한편에 ‘신주언 장학사님 문고'가 생긴 것이다.
신주언 장학사는 1970년까지 이 학교에 재직했던 교사로 이미 1976년 43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고인이다. 이 문고는 그의 제자인 임정기 서울대 명예교수가 은사의 이름으로 1천만원을 기탁해 조성됐다. 학교에서는 ‘신주언 문고’ 명패 앞쪽으로 두 개의 기다란 책장을 마련해 750여권의 책을 비치해놓았다.
지난달 23일 열린 기증식에서 임 교수는 작고한 은사의 부인을 만나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 자리에서 임 교수는 “가족을 따라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는 바람에 6학년 때 전학을 갔다”며 “돌아보면 은사님은 학업은 물론 제자들 행동 하나하나에 관심을 쏟았던 분”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오래 전부터 은사님을 찾아뵙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세상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며 “작고하신 뒤에야 찾아뵙는 불찰을 범한 제자가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할 방법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은사님께서 작고하기 전 동창생들에게 제 안부를 물었다는 말을 전해듣고 뒤늦게 불찰을 뉘우쳤다”며 문고 기증의 뜻을 밝혔다.
임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나와 영상의학 전문가로 인정받아 전세계에서 한국인으로서는 네 번째 북미영상의학회 명예회원이 됐고 지금도 대한민국의학한림원에서 활동 중이다.
아흔살이 넘어 거동이 어려운 은사의 부인은 일흔 넘어 백발이 성성한 제자의 손을 꼭 잡고 “참 고맙다”고 답했다. 이어 “생각지도 못했는데 제자가 책을 기증한다는 소식에 너무 놀랍고 반가웠다. 선생님도 매우 기뻐하실 거다”라고 덧붙였다.
김제중앙초 학생들은 스승의 날을 맞아 임 교수에게 감사의 편지를 띄우기도 했다. “아이들을 책임감 있게 가르치고 이끄는 역할을 맡는 것 자체가 큰 축복”이라며 “아이들이 교사의 지도 아래 책도 보고 운동도 하고 여행도 하면서 즐겁게 생활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겼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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