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17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고검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두고 힘겨루기를 이어가면서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청문회에서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과 관련한 김 후보자의 개입 의혹이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김 후보자의 ‘정치적 중립성’도 약한 고리로 보고 화력을 집중할 예정이다.
야당이 주목하는 대목은 김 후보자가 법무부 차관 시절 김학의 전 차관 출금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김 후보자는 2019년 3월 김 전 차관 출금 당시 연락이 닿지 않던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을 대신해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본부장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김 후보자는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의 출석 요청을 거부하다가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회의 직전 서면조사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총장 후보자가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만큼, 야당은 이를 집중적으로 부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검찰이 김 전 차관 출금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지난 12일 기소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공소장에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등 법무부 고위직을 언급한 대목도 김 후보자로선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검찰총장 인사를 비롯해 현 정부의 요직이 공석일 때 끊임없이 후보자로 거론돼 온 점도 야당으로서는 주요한 공격 지점이다. ‘친정부 인사’라는 점을 부각해 검찰총장의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 논란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지난해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추천됐지만 최재형 감사원장은 ‘친정부 인사라서 안된다’고 거부해 임명이 무산되기도 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야당이 이번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칼을 갈고 나올 것”이라며 “불법 출금 의혹 사건에 연루됐다는 점과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하는 여론이 있기 때문에 김 후보자가 이를 어떻게 방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앞서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제대로 열릴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일각에선 제기된다. 인사청문회법상 국회는 청와대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안에 인사청문회 일정을 마무리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김 후보자를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하고, 7일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국회는 26일까지 청문회 일정을 매듭지어야 한다. 이 기간 안에 청문회를 마치지 못해 국회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송부하지 못하면 대통령은 10일 이내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보고서를 송부해 달라고 다시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야당인 국민의힘이 김 후보자 청문회 개최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연계하고 나오면서 청문회 일정은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법사위원장 유보 상태로 논의할 수 있는 구조 자체가 안 돼 있는 상태”라며 “상임위원장 문제, 특히 법사위원장 문제를 마무리 지어야 다음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 자리를 야당에 양보하지 않으면 국회 의사일정 처리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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