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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공수처 ‘1호 사건’ 검찰과 마찰 예고

등록 2021-05-17 17:27수정 2021-05-18 02:13

대검 “보완수사 요구 응해야” 통보
공수처 “대검 의견 못 받아들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 <한겨레> 자료사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 <한겨레> 자료사진
검찰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기소권이 없는 사건을 수사할 때는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의견을 통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수처는 ‘1호 사건’으로 기소권이 없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부당 특별채용 의혹’을 택한 상황이어서, 첫 사건부터 검찰과 공수처의 갈등이 본격화된 모양새다.

1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찰청은 지난 4월 말 공수처에 ‘공수처는 기소권 없는 고위공직자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면,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 등에 응해야 하고, 이런 사건에는 불기소권도 없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공수처는 판·검사나 경무관 이상 경찰관만 기소할 수 있다. 공수처는 조 교육감을 수사할 수 있지만, 기소할 수는 없다. 기소권은 검찰에 있다.

공수처가 기소권이 없는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는 경우, 공수처 검사의 신분을 사법경찰관으로 보고 형사소송법에 따라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 검찰쪽 주장이다. 또한 기소권이 없는 사건은 불기소권도 없어서 공수처가 불기소를 결정할 수 없다고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다시 말해, 기소권이 없는 사건에서 공수처 검사 신분은 경찰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검찰 쪽 입장이다. 보완수사는 수사권 조정에 따라 수사종결권을 지니게 된 경찰에 대한 검찰의 통제장치다. 검찰은 공소제기 및 유지, 영장 청구에 필요할 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고 경찰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지체없이 이를 이행해야 한다. 대검 관계자는 “일부 고위공직자에 대한 공수처의 기소권이 없으니 그 경우에는 공수처 검사 직무도 사법경찰관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즉각 반발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보완수사 요구와 관련해 “대검 입장일 뿐이다.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불기소 결정권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공수처법을 들어 반박했다. 공수처법 27조에는 “(공수)처장은 고위공직자범죄에 대하여 불기소 결정을 하는 때에는 해당 범죄의 수사과정에서 알게 된 관련 범죄 사건을 대검찰청에 이첩해야 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불기소 결정권이 있기 때문에 공수처 검사는 사법경찰과 다르다는 취지다.

이 때문에 1호 사건부터 공수처와 검찰 사이의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수처가 사건을 수사한 뒤 검찰에 송치했을 때,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를 두고 두 기관이 충돌할 수 있고, 반대로 공수처가 불기소 결정을 하면 검찰이 “법률상 근거가 없다”며 반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기소권이 없는 사건을 1호 사건으로 택해 갈등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공수처는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과도 갈등을 빚고 있다. 경찰청이 공수처에서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한 뒤 다시 공수처에 기소 여부 판단을 맡기는 이른바 ‘공소권 유보부(조건부) 이첩’과 관련해 지난 14일 “사안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이날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에게 낸 문건에서 “공수처의 ‘공소권 조건부 이첩’ 규정에는 수사 완료 뒤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고만 규정돼 있다”며 “다른 수사기관에 의무를 부과하는 강제조항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검찰과 공수처, 경찰 등 수사기관의 갈등이 ‘입법 미비’로 인한 공백에 근거한 만큼, 입법 보완 및 적극적인 기관 간 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웅석 형사소송법학회 회장은 “공수처법이 불안정해 해석의 영역이 크다”며 “기소권이 없는 사건의 경우, 공수처 검사는 특별한 사법경찰관의 지위로 해석할 수 있다. 공수처에 대한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도 가능하다고 봐야 수사가 단절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가 모든 고위공직자에 대한 기소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입법 과정에서 빠졌다”며 “입법 미비로 형사소송체계가 흔들리고 있다. 검찰, 공수처, 경찰에만 논의를 맡길 게 아니라 청와대가 정치적 책임을 지고 나서거나 시민사회 등으로 꾸려진 제3의 기구가 두 기관 사이 권한을 조율해야 한다”고 짚었다.

한편, 공수처는 수사 중에 압수한 물품을 처리하는 기준을 담은 ‘압수물사무규칙’을 제정했다. 조 교육감 특별채용 의혹 사건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관보에 게재된 ‘공수처 압수물사무규칙과 보존사무규칙’을 보면, 압수물 사무의 적정한 운영을 위해 압수물사무담당 직원이 지켜야 할 압수물 접수와 보관·관리 등에 관한 사항이, 보존사무규칙엔 공수처에서 처리된 문서 보존·관리에 관한 적정한 운영 사안이 명시돼있다. 공수처는 규칙에 규정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선 수사처 업무 성질 등에 반하지 않는 한도에서 ‘검찰보존사무규칙’을 준용하기로 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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