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재일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억울한 옥고를 치른 뒤 재심을 받고 무죄를 선고받은 비전향 장기수 장의균씨와 그의 아내 윤혜경씨가 국가로부터 당시 불법행위 등에 따른 배상을 받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장의균씨와 아내 윤혜경씨 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장씨는 1987년 7월 5일 ‘재일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 전신) 등에 의해 영장 없이 불법 체포된 뒤 감금돼 가혹 행위를 당했다. 아내 윤씨도 다음 날 영장 없이 임의동행 형식으로 강제연행돼 6일간 구금돼 조사를 받았다. 장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허위자백 등을 근거로 징역 8년을 확정받았다. 그는 1995년 만기 출소했고 2014년 재심을 청구해 30년만인 2017년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에 장씨와 윤씨는 불법 구금 조사와 가혹 행위를 한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국가는 장씨에게 8억원을, 윤씨에게 2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장씨는 이미 형사보상금으로 7억6450만원을 받았다”며 “국가는 이를 공제한 나머지 355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한 “윤씨에게는 남편 장씨 사건에 대한 위자료 1억7000만원을 배상하라”며 “다만 윤씨 본인에 대한 불법구금 행위 등 손해배상 주장은 소멸시효가 완성돼 피해자로서 배상책임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윤씨 본인도 불법구금 행위 피해자로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장씨가 재심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날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장씨에 대해서는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봐 이를 확정했다.
재판부는 “윤씨에 대한 불법적인 수사 목적의 동일성과 인적 연관성 및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장씨의 유죄 확정판결이 취소된 이후에야 윤씨가 불법행위의 요건 사실에 대해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형사 재심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3년 이내에 윤씨가 소송을 제기한 이상 소멸시효는 완성되지 않았다”며 원고승소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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