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0일 오전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검찰청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의 공소장 편집본이 유출된 경위를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법무부가 유출자를 징계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법무부는 공소장 유출을 막기 위한 제도도 개선하기로 했다.
2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대검이 공소장 유출자를 가리는 대로 징계에 나설 방침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대검의 진상규명을 통해 사실이 먼저 확실히 확인돼야 한다”면서도 “조사 결과에 따라 징계 수위는 달라지겠지만, 공소장 유출은 징계 사안”이라고 밝혔다. 앞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14일 이 지검장의 공소장 유출을 진상을 규명하도록 대검에 지시했고, 대검은 감찰 1·3과 등을 통해 경위를 파악 중인 상황이다. 대검은 유출자 범위를 상당 부분 좁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수사팀과 관련 없는 검사가 공적인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 검색 시스템에 접속한 뒤, 공소장을 갈무리해 유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번 사안에 법무부 훈령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위반 등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규정 17조4항엔 “공소장 등은 법령에 의하여 허용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를 열람하게 하거나 그 사본을 교부하는 등으로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유출 경위의 심각성에 따라 공무상 비밀누설이나 검찰청법 위반, 국가공무원의 비밀엄수 의무 및 품위유지 의무 위반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게 법무부의 판단이다. 해당 조항들은 각각 ‘공무원은 재직 중은 물론 퇴직 후에도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엄수해야 한다’, ‘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할 때 적법절차를 준수하며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 ‘공무원은 그 품위가 손상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등의 내용이다. 다만, 이번 공소장 유출은 검찰의 기소 뒤 이뤄져 피의사실공표 금지 위반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앞서 이날 한 보수언론은 대검이 공소장 유출자를 처벌할 근거 조항을 찾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검은 이런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며 즉각 반박했다. 대검은 사실관계 파악한 뒤 유출자를 특정해, 새 검찰총장이 취임한 뒤 징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검사 징계는 검찰총장 청구가 있어야 가능하다.
법무부는 공소장 유출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도 검토하고 있다. 수사팀이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공소장을 올릴 경우, 현재는 기본 설정이 ‘공개’로 돼 있어서 다른 검사들도 자유롭게 공소장에 접근해 볼 수 있지만, 기본 설정을 ‘비공개’로 바꾸는 등 공소장 열람에 제한을 두는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광준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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