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서 발생한 화재로 사망자가 발생한 과일가게 쪽 입구. 단층 건물 전체가 소실됐다.
“처음엔 유리창이 다 깨져버려서 지진이 난 건가 했어요. (그 뒤에) 사고 난 걸 보고 함께 있던 동료와 바로 대피를 했어요. 그런데 그 옆에 과일 가게는 대피할 문이 뒤쪽에 없어보여서…차가 과일 가게 쪽으로 들이받으면서 사람이 나오지도 못했던 것 같아요” ㄱ씨는 화재로 까맣게 탄 건물을 보며 고개를 떨궜다.
20일 오전 11시1분께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서 5톤 식자재운반 차량과 1톤 트럭이 충돌한 뒤 5톤 차량이 과일 가게 건물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차량이 건물을 충돌한 뒤 곧 화재가 발생했고 옆 건물로 번졌다. 사고로 과일 가게 주인인 여성 1명과 그 앞을 지나가던 보행자 1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소방당국은 운반차가 가게 옆 가스배관을 함께 들이받았고, 이때 가스 유출로 불이 났다고 설명했다.
사망자가 발생한 단층짜리 과일 가게는 화재로 전부 소실됐다. 1978년 건축된 무허가 건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건물 왼편에 붙어 있는 지하 1층, 지상 5층 건물 3개층도 유리창이 깨지고 건물 내부가 모두 탔다. 해당 건물 2층에서 공장을 운영하던 ㄱ씨는 “유리창이 다 깨져서 보니 차 사고가 난 걸 알게 됐고, 곧바로 계단으로 내려왔다. 3층은 교회였는데 거기에 계신 할머니도 대피할 수 있었다. 그래도 건물 안에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 다행이었다”고 했다. 과일 가게와 1미터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던 이 건물 1층 미용실 주인 ㄴ씨는 “차가 정면으로 들이받아서 유리가 다 깨졌기 때문에 앞으론 도저히 나올 수가 없었고 뒷문으로 나왔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20일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서 발생한 화재로 지하1층 지상3층 건물과 바로 옆 단층 건물이 타버려 구로소방서에서 출동했다. 화재를 진압한 뒤의 모습
화재를 진압한 구로소방서는 과일 가게 쪽에서 숨진 2명은 화재 진압이 진행된 뒤인 낮 12시40분께 발견됐다고 밝혔다. 소방서 관계자는 “차가 정면으로 가게를 막고 있어 화재 직후에는 사망자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사고 당시 맞은편 건물에서 휴대전화 대리점을 운영하던 ㄷ씨는 “차가 빵 하고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 나가보려는데 5톤 운반차 아래쪽이 폭탄 터지듯 터지는 것 같아서 나가보질 못했다. 안에서 보니 운반차가 트럭을 들이받고 바로 옆에 있던 과일가게로 돌진했는데, 그 뒤에 가스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보였다”고 사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가스 연기가 2-3분 피어오른 뒤 불이 붙어서 대피할 시간이 조금은 있었을 것 같은데 (사망자가 발생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화재로 3개층 유리창이 전부 깨지고 내부 전체가 소실되는 등 피해 규모가 작지 않았지만, 소방 당국은 차량 운전자 2명을 포함한 부상자 6명의 부상 정도는 열상 정도의 경상이라고 밝혔다. 5톤 운반차량 운전자는 얼굴, 왼팔 쪽에 화상을 입었지만 의식이 있는 상태이고, 1톤 트럭 운전자는 팔에 열상만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치료 뒤 충돌 경위 등을 두고 경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목격자 ㄷ씨는 “이쪽 도로는 학교가 근처에 있어서 시속 30km 정도로 운전하라고 권장하는데, 두 차가 부딪칠 때 엄청난 굉음이 난 걸로 봐선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사망자가 발생한 과일가게를 위에서 바라본 모습. 천장이 왼쪽 방향으로 무너져 있고, 소방관이 서 있는 쪽에 화재 원인이 된 가스 배관이 있다.
글·사진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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