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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최대한 빨리 vs 천천히” 사건 이첩 시점 놓고 공수처-검찰 갈등

등록 2021-05-23 17:03수정 2021-05-23 18:02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 <한겨레> 자료사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 <한겨레> 자료사진
‘공소권 유보부(조건부) 이첩’을 두고 갈등을 빚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이 검사 비위 등의 사건 이첩 시점을 두고 또다시 충돌하고 있다. 공수처는 검찰 등이 검사의 범죄를 알게 되면 판단 없이 곧바로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검찰은 이첩에 앞서 압수수색·구속 수사 등 강제수사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공수처법 취지에 맞게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막는 방향으로 사건 이첩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와 검찰은 공수처법 제25조2항의 이첩 시점을 서로 다르게 판단하고 있다. 이 조항은 ‘수사처 외 다른 수사 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그 수사기관의 장은 사건을 수사처에 이첩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난 3월 수원지검 수사팀은 ‘공수처법 규정 검토’ 문건을 통해 “검사 범죄 혐의가 있음을 객관적으로 확인한 경우만 공수처 이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검사의 ‘혐의 발견’을 위해선 검찰 수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본 것이다.

공수처 판단은 다르다.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서기 앞서, 검찰에서 혐의를 인지했을 때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검찰 출신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의혹 사건’ 등의 사례처럼 검찰의 ‘봐주기·뭉개기 수사’가 우려스럽다는 취지다. 공수처 관계자는 “검찰이 검사를 수사한 뒤 공수처로 넘기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대한 늦게’ 사건을 이첩하려고 하고, 공수처는 ‘최대한 빨리’ 사건을 이첩받으려고 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법조항에 명시된 ‘발견’이란 말이 명확하지 않다는 데에는 대체로 동의했지만, 사건 이첩 시점에 대해선 의견을 달리했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은 “‘발견’은 법적 용어가 아니어서 각 기관이 자기 유리한 대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수사가 선행돼야 고위공직자 범죄가 드러나는데, 검증도 하지 않고 어떻게 사건을 이첩하겠는가. 이첩하기에 앞서 최소한의 내용은 수사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발견’이 명확한 용어는 아니지만, (검찰 주장대로) 검찰이 검사에 대한 초기 수사에 착수했는데 수사 내용이 왜곡될 경우, 공수처가 사건을 넘겨받은 뒤 수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공수처법 취지를 보면, 수사기관이 검사의 범죄를 인지하게 됐을 때 사건을 공수처로 넘기는 게 맞다”고 공수처 판단에 힘을 실었다.

공수처와 검찰은 공수처법 제24조2항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제24조2항은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수사처에 통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사건번호를 부여해 입건한 시점을 ‘인지한 경우’라고 보지만, 공수처는 수사기관이 범죄 자체를 인지한 시점을 ‘인지한 경우’로 보고 있다. 공수처는 또한 고위공직자 관련 고소·고발이 접수됐을 때도 사건을 즉시 통보해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창현 교수는 “(검찰이 주장하는) 사건번호 부여는 형식적 입건이다. 사건번호를 부여하기 전에도 피의자신문 등을 거치면 실질적 입건으로 볼 수 있다”며 “고소·고발되면 바로 피의자로 본다. 터무니없는 내용이 아니라면 공수처로 사건을 넘기는 게 맞다”고 말했다.

실제 대법원 판례(89도648)도 “범죄 인지는 실질적인 개념으로 범죄 혐의가 있다고 봐 (검사가) 수사를 개시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범죄를 인지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명시해, 공수처 해석에 힘을 더한다.

공수처는 수사기관 사이의 입장차를 좁히고자 공수처·검찰·경찰 등 기존 3자 협의체를 해양경찰과 국방부 검찰단을 포함한 5자 협의체로 확대해 관련 논의를 벌이기로 했다. 공수처는 지난 21일 “공수처 사건사무규칙 제정으로 고위공직자 범죄사건 처리에 타 기관의 협조가 필요하며 관련 기관과 이견을 최소화하고 협조 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들 기관 사이의 견해차가 커 당분간 논의는 제자리걸음만 할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한편에서는 불명확한 공수처법을 법 취지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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