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당신들의 뜨거운 눈물과 호소가 낯설지 않아서 우리는 매우 슬픕니다. 그러기에 도와달라는 당신들의 목소리를 우리는 못 들은 척 외면할 수 없습니다. (중략) 함께 진심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정성껏 그리면서 어느새 당신들은 진정한 우리가 되었습니다. 우리, 미얀마, 힘내랏!”
부천유네스코책쓰기교육연구회(회장 문한기, 이하 책연)와 부천 시민들이 쿠데타로 고통을 겪는 미얀마 사람들에게 힘을 주려고 제작한 그림책 <함께해요, 미얀마>의 들어가는 말 중 일부다. 현재 정식 출판을 준비하고 있는 이 책에는 어린이·청소년 52명 등 모두 100여 명의 글과 그림이 170여 쪽에 담겼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달 7일 허병두 전 책따세 이사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그는 4년 전부터 부천시가 ‘유네스코 문학 창의 도시’에 선정되기 위해 기획한 ‘일인일저 책쓰기 지도자 양성과정’을 지도 교사로 이끌었다. 지난 2월에 3기 수강생 23명이 수료했다. 책연 회원 39명도 이 수강생들이 주축이다.
“제가 허병두 훈장님께 <내가 책이라면>(저자 쥬제 죠르즈 레트리아)이라는 책을 아이들과 읽었다고 알린 뒤 이 책에 대해 질문을 던지자 훈장님이 미얀마 사태를 보면서 책이라는 것에 회의를 느꼈다며 ‘내가 만약 미얀마 사람이라면’이라는 주제로 프로젝트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죠.”(책연 회원 김문경씨)
<함께해요, 미얀마> 온라인 회의 모습. 위 가운데가 영상 편집을 맡은 김문경씨이며 가운데 왼쪽이 허병두 전 책따세 이사장이다.
이 말이 나오고 이틀 뒤인 4월 9일에 책연 회원 중심으로 프로젝트팀이 꾸려졌고 에스앤에스(SNS) 홍보로 4월 22일까지 글과 그림을 모았다. 팀에서 영상 편집을 맡은 김문경씨는 “정식 출판 뒤에 여건이 허락하면 책을 번역해 미얀마에도 보내고 싶다”고 했다. “시작할 때는 출판 수익금으로 미얀마를 돕겠다는 생각이 많았지만, 지금은 책으로 국내에서 미얀마를 응원하는 연대 협력에 보탬이 되겠다는 마음이 커요.”
책에는 ‘내가 미얀마 사람이라면’이라는 주제로 쓰인 글 39편도 실렸다. 이 중 17번째 글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당신이 내가 아니라 다행이라는 안도에서 벗어나기를 요청하고 싶어요. 상식적이지 않은 상황은 언제든 누구에게든 다가옵니다. 우리는 하나의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 주세요.” 책연 회원인 최선옥씨는 직접 그린 그림 옆에 이렇게 썼다. “미얀마의 오늘은 힘겹지만,/ 푸른 웃음 푸른 설움 사이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온다네.”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사진 ‘함께해요, 미얀마’ 프로젝트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