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마련된 서초구 서울고검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오는 26일로 예정된 가운데 검찰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요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새 검찰총장 취임 뒤 수사 지휘 부담을 덜어주고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검찰이 중요 사건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는 풀이가 나온다.
2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 이정섭)는 최근 이광철 비서관을 기소하겠다는 방침을 대검찰청에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비서관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과정에 관여해 직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이동언)는 지난 22일 택시 기사 폭행 혐의를 받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을 사건 발생 6개월 만에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이 차관을 상대로 택시 기사를 폭행한 경위와 이후 경찰 조사에서 내사 종결을 받은 과정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 이상현)도 최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가스공사 사장) 등을 기소하겠다는 의견을 대검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새 총장 취임 뒤 수사지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 중인 사건들은 정치적일 뿐 아니라 현 정권과도 관련이 있는 만큼 새 총장이 들어와서 계속 수사를 지휘하면 그 결과와 상관없이 여야 한쪽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검찰이 지루한 정치공방에 휘말릴 우려가 크다”며 “이를 고려하면 총장 취임에 앞서 논란의 여지가 큰 사건을 마무리하는 것이 공정성 시비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고 짚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새 총장 취임 뒤 대규모 인사가 예상되는 만큼, 수사팀이 해체될 수 있다는 점도 수사를 서둘러 마무리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편 26일 예정된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는 ‘김 전 차관 출국금지’ 사건 개입 의혹이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김 후보자의 ‘정치적 중립성’도 약한 고리로 보고 화력을 집중할 예정이다.
김 후보자는 2019년 3월 김 전 차관 출금 당시 연락이 닿지 않던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을 대신해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본부장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후보자는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의 출석 요청을 거부하다가 지난달 말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회의 직전 서면조사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총장 후보자가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만큼, 야당은 이를 집중적으로 부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은 또한 김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법무부 차관에 발탁된 뒤, 박상기·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호흡을 맞췄고, 공정거래위원장, 금융감독원장, 국민권익위원장 등의 후보로 거론돼 온 점 등을 들어 검찰총장의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 논란을 제기할 수도 있다. 김 후보자는 지난해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추천됐지만 최재형 감사원장은 ‘친정부 인사라서 안된다’고 거부해 임명이 무산되기도 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24일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추천됐으나 정치적 중립성에 관한 의문이 제기돼 낙마했다는 지적에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언론 등을 통해 마치 제가 정치적 중립성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치는 상황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약 26년간 공직생활을 하면서 항상 국민의 입장에서 공무를 수행하려고 노력했고, 총장에 임명되더라도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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