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셀프 북스캔 후기영상. 유튜브 화면 갈무리
“셀프 북스캔 해보신 분 계신가요? 전공책은 너무 무거워서 태블릿 피시(PC)에 스캔파일을 담아 필기도 하고 싶은데, (스캔업체에서) 거절당하면 이 무거운 걸 들고 다시 돌아가야 할까봐 걱정되네요”, “서울에 살지 않는데, 지방엔 셀프 북스캔 할 수 있는 곳 없나요?”
인터넷 대형 커뮤니티나 전자책(e-book) 관련 포털 카페에 접속하면 볼 수 있는 문의 내용이다. ‘셀프 북스캔’은 전공책 등 꾸준히 보아야 하는 책들을 개인이 스스로 스캔해 태블릿 피시나 휴대전화, 노트북에 저장해 보는 것을 뜻한다. 최근에는 대형 스캐너와 피시를 구비해 셀프 북스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도 인기를 끌고 있다. ‘종이책’ 기피는 오랜 현상이지만 수험서와 전공서적 등 종이책 소비가 많은 대학·수험가에서도 종이책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셀프 북스캔 업체를 찾아가 보니, 6대의 컴퓨터와 스캐너가 가동되고 있었고, 직원 2명이 처음 방문한 손님들에게 스캔 방법을 짤막이 설명해 준다. 바닥에는 스캔으로 ‘수명이 다한’ 책들을 버리기 위한 노란 포대도 놓였다. 3월과 9월 개강철이 되면 업체를 찾는 학생들의 발길이 늘어 금방 예약이 판다고 한다. 업체 직원은 “요즘에는 하루 평균 30~40명이 찾는다. 코로나19 때문에 되도록 예약을 권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스캔 업체는 쪽수당 비용을 받지만, 셀프 북스캔의 경우 기본 30분에 6천원꼴로 시간당 비용을 받아 훨씬 저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온라인 공간에는 인터넷 블로거나 유튜버들이 집에서 손수 문제집을 오려 스캔하는 방법을 찍어 올린 영상이나 스캐너를 추천해주고, 셀프 북스캔 업체를 찾아 ‘원정대’를 떠나는 등의 후기가 넘친다. 업체를 이용할 경우 자신이 소유한 책에 한해서만 스캔이 가능하고, 배포는 저작권법에 저촉되기 때문에 스캔파일을 공유해선 안 된다는 팁도 공유되고 있다.
처벌 사례는 없지만 북스캔은 저작권법 위반 논란에서 온전히 자유롭지 않다.
저작권법 30조는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이용자는 이를 복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나 “다만, 공중의 사용에 제공하기 위하여 설치된 복사기기, 스캐너, 사진기 등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복제기기에 의한 복제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관계자는 “비록 본인이 구입한 책을 직접 스캔할지라도 공중이 사용하는 기기를 이용한 스캔은 불법복제에 해당할 수 있어 셀프 북스캔 업체 이용을 권장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종이 기피 현상이 강해지면서 대학교 도서관들도 전자책 대출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대학 도서관 이용률이 감소하면서, 전자책이 종이책을 대신하고 있다. 숙명여자대학교는 올해부터 매달 전자책과 오디오북 등에 한정해 최다 대출자를 뽑아 우수 이용자를 선정하는 이벤트를 시작했고, 매달 도서관이 새로 구입한 전자책도 안내한다. 숙명여대 중앙도서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장기화하면서 도서관 이용이 불편한 학생들이 많아졌다. 학생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다가 도서관 예산 중 ‘비도서’ 구입비나 정부 지원을 받아 전자책 구입량을 확대했다”며 “2019년과 비교해 지난해 전자책 대출수가 약 1.7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진행하는 이벤트. 한국외대 누리집 갈무리
온라인 구독을 유지하면서 폐기 대상인 종이책은 학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사례도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는 24일부터 5일간 2018∼2019년 발간된 시사·교양지 등 정기간행물을 무료 배포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학교가 영구보관하지 않는 자료들을 그대로 폐기하기보다 원하는 학생들이 가질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명형택 한국외대 학술정보팀장은 “요즘에는 온라인을 통해 월간·계간지 구독이 가능하고, 공간적 한계 등으로 (종이책은) 폐기하곤 한다. 대다수의 대학 도서관들이 전자자료 관련 자료구입 비용이 전체의 50%가 넘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지난 4월 발표한 ‘2020년 대학도서관 통계조사 및 최근 10년간 변화 추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재학생 1명이 대학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은 평균 4.0권으로 2011년(8.3권)에 비해 절반이 줄었다. 반면 전자자료 이용률은 증가해 학생 1인당 상용 데이터베이스 이용건수는 2011년(130.8건)에 비해 약 2배 증가한 253.7건으로 늘었고, 대학의 전자자료 구입비 비율도 지난해 69.4%에 달했다. 이는 2011년 48.7%와 비교해 약 20% 증가한 수치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