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쿠팡 아이템위너 피해 사례 발표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ㄱ씨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기 위해 쿠팡에 들어갔다. 상당한 분량의 구매 후기가 있는 것을 보고 한 판매자의 이어폰을 구매했다. 그런데 막상 받아본 상품은 사고자 했던 이어폰의 하위 버전으로 가격과 품질이 아예 다른 제품이었다. 판매자에게 항의했으나 돌아온 답은 “당시 이미 물량이 없어서 시간이 지체될까 봐 하위 버전을 보냈다”는 변명이었다. 고의로 다른 상품을 보낸 것이다.
ㄴ씨도 쿠팡에서 30여개의 상품 구매 후기가 달린 밀감을 샀다가 비슷한 일을 겪었다. 제주도에서 산지 직송되는 것으로 안내됐지만 받아본 밀감은 부산 농수산물 센터에서 배송된 것이었다.
이들이 쿠팡에서 구매한 상품과 다른 것을 배송받게 된 것은 쿠팡의 ‘아이템위너’ 제도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참여연대는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아이템위너 피해사례 발표’ 좌담회를 열고 이러한 소비자들의 피해사례를 공유했다. 이동주·이정문(더불어민주당)·배진교(정의당) 의원과 한국 YMCA전국연맹 등도 함께했다.
‘아이템위너’는 쿠팡에서 같은 상품을 파는 판매자 중 최저가를 제시한 판매자를 뜻한다. 특정 상품과 관련해 ‘아이템위너’로 선정되면, 해당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단독으로 노출된다. 이때 소비자들은 같은 상품을 팔고 있는 다른 판매자가 보유하고 있던 상품 이미지와 상품명, 고객 후기까지 함께 볼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는 판매자 별로 상품 이미지, 질의답변, 고객 후기 등이 별개의 것이라는 것을 쉽게 인지하지 못한다. 결국 소비자는 모든 고객 후기, 판매자 답변 등이 마치 ‘아이템위너’만이 확보 또는 작성한 것처럼 오인하게 된다. 또 ‘아이템위너’는 최저가를 제시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판매자들이 쌓아온 고객 후기 등 각종 노하우를 직접 보고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해 쿠팡은 “고객은 어느 판매자의 페이지에서든 해당 제품에 대한 모든 상품평을 확인하고 구매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며 “최저가 업체에게 후기를 모두 몰아준다는 주장은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몇몇 악성 판매자들이 이 제도를 이용해 같은 상품이 아닌 경우에도 아이템 위너 매칭을 시도해 ㄱ씨와 ㄴ씨 같은 피해자가 발생한다고 한다. ㄱ씨는 “쿠팡은 자신이 추천하는 대표상품의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마치 판매자의 상품인 것처럼 다른 판매자의 사용 후기를 의도적으로 수록해 보여준다”며 “사용 후기가 온라인 구매자들에게 미치는 홍보 효과가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쿠팡이 의도적으로 이러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판매자들의 피해사례도 공유됐다. ㄷ씨는 직접 양식장을 운영하며 수산물을 독점 판매하고 있지만 다른 판매자들이 아이템위너 제도를 악용해 자신의 상품명과 상품이미지, 상품평을 가져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럴 때마다 쿠팡 측에 아이템위너의 상품 매칭을 해제해달라는 요청을 해야 하는데 바로 처리되지도 않을뿐더러, 악성 판매자를 방어할 방법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 제작한 의류를 판매하고 있는 ㄹ씨도 중국 판매자가 매칭을 걸어 자신이 직접 촬영한 상품 이미지가 해당 판매자에게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판매한 제품이 아님에도 고객으로부터 다른 상품이 판매됐다는 항의를 대신 받기도 한다고 호소했다. 또한 쿠팡이 최근 판매자 자동가격조정 시스템을 도입해 다른 판매자와 실시간 가격 경쟁을 부추긴다고도 비판했다.
지난 4일 참여연대는 판매자의 지식재산권을 모두 쿠팡에 귀속시키는 약관이 문제라며 쿠팡을 약관규제법, 전자상거래법, 공정거래법 위반 등으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또 참여연대는 소비자를 기만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공개하고 피해구조를 신속하게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최저가 업체들에 후기를 몰아준다는 주장에 대해 “개별 판매자에 대한 만족도 등 ‘셀러평’은 해당 판매자에 관한 것이므로 ‘상품평’과 명확히 구분해 관리하고 있다”며 “아이템 위너 제도는 가격과 배송, 고객 응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소비자가 가장 선호할 상품이 우선 노출되도록 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쿠팡 관계자는 “제기된 피해 사례는 극히 소수로 쿠팡과 거래하는 다수의 소상공인의 의사에 반하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바로가기:
참여연대 “최저가 업체에 상품 사진·후기 몰아주는 쿠팡 시스템은 현행법 위반”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9389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