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26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변호사 시절 라임·옵티머스 자산운용 사건 수임을 둘러싼 변론 의혹에 “사건 피의자들 변론에 일체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자신을 둘러싼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는 박근혜 정부 때 검사장으로 승진한 점 등을 들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야당은 인사청문회에 앞서 김 후보자를 ‘정권 보위용 검찰총장’이라고 규정하고 낙마를 벼른 것과 달리, ‘결정적 한 방’을 제시하진 못했다.
김 후보자는 2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라임·옵티머스 관계자들을 변호했는가’라는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라임이나 옵티머스(펀드)를 운영한 피의자들에 대해서는 일체 변론을 하거나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라임과 옵티머스 관련 변호를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는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도 “라임 관계자들은 전혀 알지 못하고 옵티머스를 운영하는 사기 피의자들을 변론하거나 (변론에) 관여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변론 내용 등을 묻는 말에 “변호사법상 비밀유지의무와 의뢰인의 사생활과 명예, 제가 속했던 로펌의 영업비밀 문제도 있다”며 “자세한 내용은 말할 수 없지만, 변호사로서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업무를 수행했다”고 강조했다. 라임·옵티머스 사건은 각각 1조6천억원대, 4천억원대의 피해를 낸 대규모 펀드 사기 사건이다.
김 후보자는 또 자신을 둘러싼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그는 “과거 정부(이명박 정부)에서 모든 검사가 선호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역임했고, 검사장 승진 역시 전 정부(박근혜 정부)에서 했다”며 “검사로 재직하는 동안 정치적 중립성 관련 논란은 한 번도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이 청와대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고 성역없는 수사를 하고 있는가’라는 전주혜 의원 질의에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엄정한 수사를 하라는 (문재인 대통령) 말씀은 새겨듣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날 머리(모두)발언을 통해 “다가오는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검찰의 업무수행에 대한 논란이 가중될 우려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이 공정하고 형평성 있게 업무를 수행하되 개별 사건에서의 구체적 정의 역시 소홀히 하지 않도록 유념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논란이 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즉답을 피했다. 김 후보자는 ‘김 전 차관 긴급 출금이 불법이라는 것을 인정하는가’, ‘김 전 차관 출금 필요성을 보고받았는가’라는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이라 따로 말하기 어렵다”며 “(저 역시) 수사 대상자라고 돼 있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언급하는 것이 옳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는 2019년 3월 김 전 차관 출금 당시 연락이 닿지 않던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을 대신해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본부장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후보자는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의 출석 요청을 거부하다가 지난달 말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회의 직전 서면조사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지검장을 업무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의 요구에는 “직무배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할 입장이 아니다. 취임하게 되면 의견을 내겠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 지검장의 혐의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란 물음에는 “(관련) 보고를 받지 않은 데다, 재판이 진행 중이고 수사도 진행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야당이 제기한 아들의 ‘아빠 찬스’ 의혹에 대해서도 김 후보자는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아들이 2017년 공공연구기관 응시원서에 부친 직업을 ‘검사장’이라고 적은 것과 관련해 “어제(25일) 아들한테 연락을 받고 처음 알게 됐다”며 “제가 봐도 ‘꼭 그렇게 적었어야 하나’ 싶은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부끄럽지만 전 아들의 취업이나 학업에 대해서 참 무관심했던 아빠”라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의 아들이 2017년 8월 전자부품연구원(현 한국전자기술연구원)에 합격할 때 지원 서류에 아버지의 직업을 ‘서울북부지방검찰청 검사장’이라고 적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공직 퇴임 뒤 법무법인에서 월 2000여만원의 급여를 받은 것이 ‘전관예우’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저는 고위직 공무원이기 전에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었다”며 “공직에서 벗어나 최소한 변호사 활동을 경험해보자는 생각으로 제가 모시던 상사가 대표로 있는 곳에 가서 일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가 법무부 차관 시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배제한 ‘조국 특별수사팀’ 구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을 두고는 “수사팀 제안은 사실이나, 윤석열 당시 총장을 배제하자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때 윤 전 총장을 배제한 수사팀을 꾸리자는 제안을 했는가’라는 윤한홍 국민의 힘 의원의 질의에 “(2019년 9월9일)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 이임식 날 (강남일)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법무부를 찾아와, 그에게 조 전 장관 사건을 수사할 별도 수사팀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며 “강 전 차장이 ‘총장의 수사지휘는 어떻게 하느냐’고 말해 ‘총장은 그 일에 관여돼 있지 않기 때문에 수시지휘권은 있지만, 어떤 방식으로 수사지휘할지는 총장이 결정하면 된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당시 국회 예결위가 열리고 있었고 예결위 소위에서 지상욱(당시 바른미래당) 의원이 질의해 상세하게 답변했다”며 “곧바로 열린 대검 국감에서도 저하고 같이 있었던 대검 간부(강 전 차장)가 ‘배제 운운하는 말은 없었다’고 분명하게 진술했다”고 강조했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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