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7일 5·18 보상법 제16조 제2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연합뉴스>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이 특별법에 따라 정부로부터 보상금을 받았더라도 ‘정신적 피해’에 관한 손해배상을 추가로 요구할 수 있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정부 보상금에는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이 포함돼있지 않다는 취지다.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이 정신적 피해에 따른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헌재는 27일 광주지법이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5·18 보상법) 제16조 2항 등은 위헌이라며 낸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5·18보상법 16조 2항에는 신청인이 보상금 지급에 동의하면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한 피해에 민사소송법 규정에 의한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다고 명시돼 있다. 재판상 화해에 의한 분쟁 해결은 확정판결의 효력이 있어 피해자는 더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ㄱ씨 등은 5·18민주화운동 관련자로 5·18 보상법 등에 따라 정부로부터 보상금과 의료지원금, 생활지원금 등을 받았다. 이어 이들은 2018년 12월 국가를 상대로 “군 수사관 등의 가혹 행위 등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정신적 손해 등을 입었다”며 광주지법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이들은 5·18보상법 16조 2항 등은 위헌이라며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이에 광주지법은 ㄱ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광주지법은 “5·18 보상법에 따른 보상금에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 포함돼있지 않다”며 “적절한 배상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보상금 지급 결정에 동의했다는 이유만으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를 금지하는 것은 국가배상청구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으로 헌법에 어긋난다”고 짚었다.
헌재는 “5·18보상법 등에는 정신적 손해배상에 대한 내용이 없고 정부 보상금 등을 산정하는 데 ‘정신적 손해를 고려할 수 있다’는 내용도 없다”며 “관련법에 따른 보상금만으로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적절한 배상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해당 조항은 보상금 지급 결정에 동의했다는 사정만으로 정신적 손해에 대해서까지 재판상 화해가 성립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이는 국가배상청구권을 과도하게 제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헌재는 또 “관련법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으므로 피해자의 신속한 구제와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정신적 고통에 대해 적절한 배상을 받지 않았음에도 손해배상청구권을 박탈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헌재는 2018년 8월 민주화보상법(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을 두고서도 같은 취지의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헌재는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민주화운동 보상금을 받으면 ‘재판상 화해’가 성립됐다고 본 이 법 18조 2항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했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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