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재판을 마친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41·왼쪽에서 세번째)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우연 기자
“사실 신고 당하길 기다리고 있었어요. 30년 전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동료 타투(문신) 작업자들이 괴로움을 겪는 것을 더는 보고 싶지 않았거든요. 1심에서 유죄가 나오더라도 대법원까지 싸워 타투는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판례를 만들 겁니다.”
28일 오전, 타투이스트(문신사) 김도윤(41)씨는 곧 의료법 위반으로 서울북부지법 재판정으로 들어가야 했지만 긴장하지 않았다. 그는 차분하면서도 확신에 찬 어투로 “타투가 불법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도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김씨는 2019년 12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자신의 타투숍에서 배우 ㄱ씨에게 타투 시술을 해 의료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ㄱ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김씨에게서 타투를 받는 영상을 게재했는데 누군가 이를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1992년 대법원이 눈썹과 속눈썹 문신을 ‘의료행위’로 판단한 이후 국내에서 의사 면허가 없이 타투를 시술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러나 국내에 타투이스트에게 타투를 받은 인구는 300만명으로 추산된다. 김씨를 찾아오는 고객 중에서는 법조인들은 물론 의사도 있다.
30년 전 대법원의 판단 때문에 타투이스트들은 자주 신고를 당하고 법정에 선다. 이날 재판이 이전과 다른 건 김씨가 ‘불법시술’ 딱지가 붙은 타투를 합법화시키겠다고 작정하고 시작한 싸움이라는 것이다. 지난 2월 약식기소로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김씨는 다시 정식재판을 신청했다. 김씨는 2019년 2월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산하에 타투유니온 지회를 결성해 지회장을 맡았다. 세금 내고 떳떳하게 안전한 시술을 하고 싶다는 동료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법정에서 그들을 대신해 싸울 준비를 해왔다. 마침 지난해 9월 일본에서 우리의 대법원 격인 최고재판소가 “타투는 의료행위가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김씨는 싸움을 시작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40대 문신사 김원규씨가 자신의 타투숍에서 문신시술을 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김씨는 이날 재판에서 불법시술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어린 타투 작업자들을 보고 법정 다툼이라는 “미련한 선택”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변심한 손님에게 신고를 당하기도 하고 돈을 노린 협박과 범죄에 노출돼 경찰 수사를 받아야 했다”며 “이 재판은 대한민국에서 타투를 하는 20만명의 타투이스트가 안전하게 노동할 권리와 직업 선택의 자유를 되찾는 재판”이라고 강조했다.
김씨의 변호인은 “건전한 상식을 지닌 일반인의 관점에서는 예술적 장식을 위한 문신을 의료행위라고 해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한 타투이스트가 되고 싶다고 해서 의사가 되는 것은 과도하고, 배출 인원이 엄격하게 통제된 의사의 정원을 타투이스트가 차지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의료인이 아닌 자의 문신 시술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의료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도 신청했다. 검찰은 이날 김씨에게 500만원의 벌금형을 구형했으며 선고 재판은 오는 7월7일에 열린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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