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26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오수 새 검찰총장 후보자가 이번주 임명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검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의 처리를 보류하기로 했다. 당초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이 김 후보자 취임 전 주요사건들을 처리해 새 총장의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예상됐지만, 주요 결정에 대한 판단을 새 총장에게 맡긴 셈이다. 결과적으로 김 후보자는 취임하자마자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3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조 직무대행은 최근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상현)에 ‘후임 검찰총장이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맞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대전지검은 지난달 이 사건과 관련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등을 기소하겠다는 의견을 대검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은 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과정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기소 승인 여부도 일단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 이정섭)는 이 비서관을 기소하겠다는 방침을 대검에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검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요사건들의 처리를 잇따라 보류하면서 자연스레 공은 김 후보자에게 넘어갔다.
법조계에서는 김 후보자가 취임하자마자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휘말릴 수 있는 판단을 해야 할 처지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요사건들은 김 후보자가 어떤 결론을 내리더라도 여·야로부터 공격을 받게 될 것”이라며 “취임 직후 지루한 정치 공방에 휘말릴 경우 검찰 내부에서도 리더십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김 전 차관 출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는 김 후보자가 일체의 지휘를 회피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지난주 청문회 등에서 “취임하게 되더라도 이해충돌 사안은 일체 지휘를 회피할 것”이라며 “수사팀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후보자는 2019년 3월 김 전 차관 출금 당시 연락이 닿지 않던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을 대신해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본부장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후보자는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말 수사팀의 서면조사를 받았다.
한편 김 후보자 취임 직후 대규모의 검찰 인사가 예고된 만큼, 현 정부 관련 사건을 다뤘던 수사팀 구성원들도 상당수 자리를 옮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권 수사팀을 해체한 것’이라는 반발이 제기될 수 있지만, 한편에선 주요 수사 대상에 대한 처리 방침만 정해진다면 이후 인사 이동은 문제 될 게 없다고 보는 이들도 많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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