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 부실수사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경찰이 이 차관을 소환 조사했다. 이 차관의 폭행 사건을 처리했던 서울 서초경찰서에 대한 서울경찰청의 진상조사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져 ‘봐주기 수사’ 의혹이 규명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30일 오전 이 차관을 소환해 증거인멸교사 혐의 등을 조사했다. <한겨레> 취재내용을 종합하면 지난해 이 차관의 폭행 사건이 접수됐던 지난해 11월 서초서장과 서초서 간부들은 이 차관이 당시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는 유력인사라는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11월 6일 이 차관의 폭행 사건이 접수됐는데 다음 날인 7일 서초서 생활안전과 소속 경찰관은 이 차관이 공수처장 후보로 꼽힌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서초서 간부와 서울청 생활안전과로 보고가 이뤄졌다. 이러한 사실은 서울청 청문·수사 합동 진상조사단(진상조사단)의 조사에서 드러났다.
진상조사단의 조사내용은 이 차관의 직급과 신분에 대해 몰랐다고 했던 과거의 경찰 설명과 배치된다. 지난해 말 이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이 언론보도로 알려졌을 때 경찰은 “이 차관이 유력인사라는 사실을 몰랐고, 서울청에도 보고된 사실이 없다”고 밝혔었다. 설명이 뒤바뀐 것에 대해 “서초서가 서울청에 (공수처장 후보 관련) 보고를 하여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추가 질의를 한 바 있다”며 보고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실무자 사이에서만 참고용으로 통보되었을 뿐 관련 내용 보고서가 생산된 사실이 없고, 지휘라인으로 보고된 사실도 없다”고 해명했다. 윗선 개입 의혹은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설명이 번복되면서 경찰이 이 차관을 정권의 유력인사로 인식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을 적용하지 않고 단순폭행으로 내사 종결했다는 의혹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진상조사단은 “이 차관 신분에 대한 서울청 보고 라인이나 외부 청탁 또는 외압 존재 여부 등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노컷뉴스>는 이 차관 폭행 사건 신고 다음 날인 11월 7일(토요일) 당시 서초서 형사과장이었던 ㄱ경정이 출근해 특가법 위반에 대한 검토 작업을 지시했다고 보도하면서 봐주기 수사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서울청 관계자는 “진상조사단 조사 결과, ㄱ경정은 관련 판례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이 차관 사건에 특가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를 확인해 보라고 한 취지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ㄱ경정도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통상적인 업무 목적으로 사실관계나 판례를 살펴보라는 지시였다”며 특가법 적용을 막기 위한 목적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진상조사단의 조사는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수사에 관계된 서초서 경찰관들에 대한 조사도 상당 부분 이뤄져, “택시기사의 블랙박스 영상이 없다”고 거짓말한 경찰에 대해 서울청은 징계 조처도 고려하고 있다.
이 차관은 지난 28일 “법무, 검찰 모두 새로운 혁신과 도약이 절실한 때고, 이를 위해 새로운 일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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