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20년 전 군복무 때 얻은 난청을 직접 입증하라고요?” 장애인 걸림돌 판결

등록 2021-05-31 17:09

디딤돌 판결 5건·걸림돌 판결 4건 추려
“틱장애도 장애인” 인정한 판결은
장애인 인권 디딤돌 판결로 선정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누리집 갈무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누리집 갈무리.
2002년 3월 해군에 입대한 ㄱ씨는 같은 해 8월 함포 사격훈련을 하다 난청을 호소하며 국군병원을 찾았고 ‘양측 감각신경성 난청’ 진단을 받아 이듬해 의병 전역했다. 2015년 청각 장애 3급을 받은 ㄱ씨는 2017년 국가보훈처에 국가유공자등록신청을 했지만, 거절당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ㄱ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심은 “입대한 뒤 지속적으로 큰 소음에 노출됐다는 점을 ㄱ씨가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ㄱ씨는 이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심리불속행 기각(본안 심리도 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 결정을 내렸다.

ㄱ씨의 사례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연구소)가 내놓은 ‘2021 장애인 인권 디딤돌·걸림돌 판결’에 나오는 ‘걸림돌 판결’ 중 하나다. 선정위원인 정규석 변호사는 선정 의견에서 “장애인인 ㄱ씨가 약 20년 전에 이뤄진 군 복무 사실과 난청의 인과관계를 현시점에서 입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며 “군 복무 중 특별한 사건이 개입되지 않았다면, 직무수행과 난청의 발병을 놓고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해주는 게 헌법에서 장애인에 대한 국가의 보호 의무를 규정한 취지에도 부합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2019년 하반기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선고된 사건 중 장애와 관련된 사안이 주요하게 다뤄진 판결을 선정대상으로 삼았고 ‘디딤돌 판결’ 5건과 ‘걸림돌 판결’을 4건을 추렸다.

건물이 반드시 갖춰야 할 시설인 ‘구조부’에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규정하는 문턱·출입문·손잡이·점형 블록과 관련된 내용을 배제한 판결도 ‘걸림돌 판결’ 중 하나로 꼽혔다. 또 특정 유형의 장애인에게만 장애인용 콜택시 이용을 허락하고 뇌병변 장애인을 이용 대상에서 배제한 성남시의 조례를 놓고 “휠체어 이용 여부를 콜택시 제공 기준으로 정해 뇌병변 장애인의 이용 요청을 거절한 것은 합리적인 재량 범위 내의 기준에 속한다”는 판결도 ‘걸림돌 판결’로 선정됐다.

반면, ‘디딤돌 판결’에서는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이 규정하지 않는 장애 유형도 장애인등록 신청을 받아줘야 한다는 판결이 선정됐다. 투레트 증후군(틱장애)을 가진 ㄴ씨는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이 규정하는 15가지 장애 유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애인등록 신청을 거부당했는데, 대법원은 “특정한 장애가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조항에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더라도 틱장애를 가진 사람이 모법인 장애인복지법에서 정한 장애인이 분명하기에 행정청은 시행령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장애인등록신청을 거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애인복지법의 입법 취지를 폭넓게 살펴 장애인의 인권이 형식적인 기준인 시행령에서 재단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노태호 연구소 소장은 디딤돌·걸림돌 판결 선정사에서 “한 편의 판결문은 그저 종이 몇장이지만 그 속에는 한 장애인의 삶이 있다”며 “법원의 판결을 살펴보는 것은 장애인의 실질적 권리구제가 얼마만큼 진보하고, 또 후퇴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