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대행’ ‘편지대필’ 등 신종 인터넷 연애상품 등장
예비신랑, 연애편지, 군대 간 남자친구 위문품 …. 요즘 인터넷을 통해 돈만 내면 구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수요와 공급 연결이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신종 연애 상품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애인을 빌려드려요
“내년에 따님을 꼭 데려가게 해주십시오. 따님을 저 아닌 다른 남자와 선보게 하면 안 됩니다.”
여자친구의 집을 방문해 예비 장인, 장모를 만나는 이아무개(30)씨. 이런 이씨를 보는 예비 장인, 장모의 얼굴에는 흡족한 미소가 번진다. 여자친구의 부모와 함께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 후 신용카드를 꺼내 음식 값을 계산하는 이씨는 여느 예비사위와 다를 바 없는 믿음직스러운 모습이다.
그러나 이씨의 실상은 일당 10만원을 받고 여자의 부모 앞에서 멋진 남자친구인 양 연기를 해주는 아르바이트생. 나이가 찬 처녀가 시집가라고 닦달하는 부모의 성화에 못이겨 애인 역할을 해달라고 이씨에게 부탁한 것이다. 이런 역할을 의뢰한 여성은 아르바이트를 알선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했다. 의뢰인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내용을 적어 게시판에 원하는 역할을 해줄 사람을 찾으면, 이를 보고 아르바이트 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의뢰인에게 ‘쪽지’를 보내 신청한다. 이씨가 이 여성의 부모를 만나러 간 날은 의뢰인과도 처음 만나는 날인 것이다. 다만, 의뢰인의 부모를 만나기 전에 의뢰인과 이씨는 미리 만나 서로의 직업, 나이, 습관 등의 정보를 공유하고 ‘시나리오’를 짠다. 일종의 리허설을 하는 셈이다.
이씨 덕분에 이 여성은 한동안 부모님로부터 들볶임을 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씨에게는 그만의 고객관리 원칙이 있다. ‘의뢰인에게 사적인 감정은 갖지 말 것’, ‘단순히 돈을 벌어야겠다는 목적이 아닌 하루 즐겁게 보내기 위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성 친구는 없고 시간은 많은 저같은 사람들에게 애인 대행 아르바이트는 소개팅, 미팅처럼 하루를 재미있게 논다는 느낌입니다.” 이씨는 예비신랑 행세말고도 여성의 하루짜리 파트너가 돼 함께 식사도 하고 뮤지컬도 보는 ‘데이트 메이트’ 역할도 경험했다고 한다.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이씨는 “영화나 드라마의 엑스트라로 출연했던 경험이 어느정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역할 대행 알바’ 소개 사이트의 유언오 팀장은 “의뢰인 입장에서는 자신이 필요한 사람을 쉽게 구할 수 있고, 대행인은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용돈을 벌 수 있다”며 “하루 평균 60~80명이 역할 대행인으로 가입한다”고 말했다. 30대 중후반의 미혼자들이 부모 회갑 등의 행사 때 함께 인사를 할 이성을 의뢰해 오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유 팀장은 “애인 대행 중에서도 단순히 즐기기 위한 ‘데이트 메이트’를 찾을 뿐만 아니라, 남자친구와 헤어지기 위해 가짜 남자친구 역할을 할 대행인을 찾는 의뢰인도 있다”고 귀띔했다. ‘애인 떼기’ 아르바이트 기법은 이렇다. 이성친구와 헤어지거나 귀찮은 상대방을 멀리 하기 위해 ‘역할 대행’을 할 이를 인터넷을 통해 구한다. “예전에 만나던 남자친구와 다시 만난다”는 식으로 얘기하고는 가짜 남자친구와 함께 나타나는 식이라는 것이다. 이런 경우 30분 정도면 일이 끝나고, 가짜 이성친구 역할을 한 이에게는 2만5천원에서 3만원 가량이 주어진다. 하지만 ‘역할 대행’에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있어 주의할 점도 있다고 업체 관계자는 전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애인을 구한다고 해서 나갔는데, 상대방이 신체 접촉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며 “공개된 장소에서만 만나는 것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애편지를 써 드립니다
회사원 이아무개(34)씨는 2005년 5월께 인터넷을 통해 연애편지대필 서비스를 이용했다. 이씨는 “여자친구가 예민한 편이라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을까봐 조심스러웠는데, 말 대신 편지를 쓰고 싶어도 글을 쓸 여유가 없어 편지를 대신 써 주는 데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성 친구에게 편지로 마음을 전하고 싶으나 글이 잘 써지지 않아 친구에게 연애편지 대필을 부탁하던 ‘추억’이 인터넷 사업 아이디어가 됐다.
지난해 2월 생긴 편지 대필 사이트의 운영자 전남옥(43)씨는 “연애와 이별에 대한 편지는 하루에 10여건 정도 신청이 들어오고 20, 30대가 많이 이용한다”"며 “가격은 A4용지 한 장 분량에 1만2천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연애 편지 대필 서비스를 이용한 이아무개(32)씨는 “여자친구를 자주 볼 수 없어 서로 오해만 쌓여 가고 다퉜다”며 “상황을 타개하려고 편지를 쓰려고 했지만 잘 안써져서 대필을 맡겼다”고 말했다.
‘곰신’들 대신 선물을 보내드립니다
군대에 있는 남자친구에게 선물할 수 있는 물건을 파는 군 위문품 전문쇼핑몰은 인터넷에서 흔히 찾을 수 있다.
군위문품 전문쇼핑몰 ㄱ닷컴의 운영자 유수경씨는 “군대에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여성을 지칭하는 인터넷용어인 ‘곰신’(고무신의 준말)들이 남자친구에게 선물하려고 서비스를 이용한다”며 “하루 평균 80건의 주문이 들어오고, 크리스마스 같은 때에는 주문이 2~3배 는다”고 말했다.
이런 서비스를 이용한 적이 있는 최아무개(23)씨는 “군대에 있는 남자친구에게 필요한 선물을 주고 싶었는데 몸난로나 군용 양말은 손쉽게 구하기가 힘들어 이 사이트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이 사이트에서 파는 물건은 겨울철 군인들에게 필요한 몸난로와 손난로부터 시작해 전화카드, 손으로 만든 장미까지, 다양하다. 유씨는 “손난로, 양말, 장갑 등으로 구성된 2만원짜리 ‘혹한기 훈련세트’가 가장 잘 팔리는 품목”이라며 “주문품을 직접 군부대로 보내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한겨레> 사회부 박현정 최은주 기자 saram@hani.co.kr
“이성 친구는 없고 시간은 많은 저같은 사람들에게 애인 대행 아르바이트는 소개팅, 미팅처럼 하루를 재미있게 논다는 느낌입니다.” 이씨는 예비신랑 행세말고도 여성의 하루짜리 파트너가 돼 함께 식사도 하고 뮤지컬도 보는 ‘데이트 메이트’ 역할도 경험했다고 한다.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이씨는 “영화나 드라마의 엑스트라로 출연했던 경험이 어느정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역할 대행 알바’ 소개 사이트의 유언오 팀장은 “의뢰인 입장에서는 자신이 필요한 사람을 쉽게 구할 수 있고, 대행인은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용돈을 벌 수 있다”며 “하루 평균 60~80명이 역할 대행인으로 가입한다”고 말했다. 30대 중후반의 미혼자들이 부모 회갑 등의 행사 때 함께 인사를 할 이성을 의뢰해 오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유 팀장은 “애인 대행 중에서도 단순히 즐기기 위한 ‘데이트 메이트’를 찾을 뿐만 아니라, 남자친구와 헤어지기 위해 가짜 남자친구 역할을 할 대행인을 찾는 의뢰인도 있다”고 귀띔했다. ‘애인 떼기’ 아르바이트 기법은 이렇다. 이성친구와 헤어지거나 귀찮은 상대방을 멀리 하기 위해 ‘역할 대행’을 할 이를 인터넷을 통해 구한다. “예전에 만나던 남자친구와 다시 만난다”는 식으로 얘기하고는 가짜 남자친구와 함께 나타나는 식이라는 것이다. 이런 경우 30분 정도면 일이 끝나고, 가짜 이성친구 역할을 한 이에게는 2만5천원에서 3만원 가량이 주어진다. 하지만 ‘역할 대행’에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있어 주의할 점도 있다고 업체 관계자는 전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애인을 구한다고 해서 나갔는데, 상대방이 신체 접촉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며 “공개된 장소에서만 만나는 것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애편지를 써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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