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주 52시간 노동시간제를 위반하고, 임산부에게 시간외근무를 시키는 등 근로기준법을 무더기로 위반한 사실이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을 통해 적발됐다. 최근 네이버에서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한 직원이 숨진 데 이어, 정보기술(IT) 업계의 노동환경 문제가 계속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1일 <한겨레>가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성남지청은 지난 4월 카카오에 대한 근로감독을 실시해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등의 6개 항목을 위반한 사실을 확인했다. 카카오는 △일부 직원을 법정 상한인 주 52시간 이상 근무시키거나 △임산부에게 시간외근무를 시키고 △일부 직원에게 연장근무 시간을 기록하지 못하게 하거나 △퇴직 직원에게 연장근무 수당 등을 제때 지급하지 않아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최저임금 주지의무 위반 △직장내 성희롱 교육 의무 위반 등도 적발됐다. 성남지청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위반 항목별로 1∼3개월의 시정 기간을 부여하고, 이행되지 않으면 검찰에 송치해 사법처리 하거나 즉시 과태료 처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근로감독은 카카오 직원들이 사내 제보를 모아 고용노동부에 익명으로 청원하면서 이뤄졌다. 지난 2월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한 카카오 직원이 ‘함께 일하기 싫은 직원을 꼽으라’는 성과평가 방식에 따른 스트레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한 것이 계기였다. 직원들은 이런 식의 동료 평가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신고하는 한편, 각자가 겪은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를 모았다. 이후 카카오가 성과평가 개선 방식 등을 논의하는 태스크포스(TF)인 ‘길’을 만들면서 직장 내 괴롭힘 여부는 감독 대상에서 빠졌지만, 다른 신고 내용들은 노동청 조사 결과 상당수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청원을 주도한 카카오 직원은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구성원들은 앞으로 회사의 부정을 묵과하지 않겠다”며 “회사가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내년, 내후년에도 (직원들의 청원이)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길TF를 메이크업(보여주기) 수단으로 생각하지 말고 구성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실행해달라”고 회사에 촉구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지적받은 사항들 적극 시정하고, 사내 소통을 강화해서 개선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다른 IT회사에서도 노동실태를 알리고,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네이버 직원이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메모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되는 등 격무와 권위적인 조직문화가 노동자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내부에서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자신을 사망한 네이버 직원의 지인이라고 밝힌 한 시민이 ‘직위 이용 괴롭힘에 의한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되는 사건에 대한 청원’을 올렸다. 이 청원에는 첫날에만 약 5000명이 동의했다.
또 일부 네이버 직원들은 네이버 등 IT기업 본사가 밀집한 성남시 분당구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네이버가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는지 네이버 직원들과 함께 지켜봐 달라”는 내용의 전자우편 탄원을 보내고 있다. 이 탄원에서 직원들은 “IT회사들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은 IT노동자들”이라며 “IT 직원들도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입법활동이 일어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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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직원, ‘업무 스트레스’ 호소 메모 남기고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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