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주빌리은행, 참여연대,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가 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미등록 대부업 피해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참여연대 제공.
코로나19로 경제적 위기를 겪던 영세자영업자 ㄱ씨는 지난해 9월 미등록 대부업자 ㄴ씨로부터 이자율 30%로 1000만원을 빌릴 수 있다는 전화대출 권유를 받았다. 두 사람은 원리금 1300만원을 5주간 260만원씩 나눠 갚기로 합의했는데, ㄴ씨는 수수료(100만원)와 1회차 변제금(260만원)을 선공제한 640만원만을 빌려줬고 ㄱ씨는 5주에 걸쳐 총 1040만원을 상환했다. 이를 연이율로 계산하면 714.73%로 ㄴ씨는 개정 전 대부업법 시행령 제한이자율(연이율 24%)의 약 30배에 달하는 이자를 챙긴 것이다.
ㄱ씨 사례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에서 불법·미등록 대부업 피해사례로 인정돼 공익 사건으로 접수됐다. ㄴ씨는 대출금을 회수하려고 ㄱ씨의 집과 회사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거나, “가족에게 대출 사실을 알리겠다”며 전화와 문자로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주빌리은행, 참여연대,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등 금융소비자와 시민사회단체는 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에서 불법·미등록 대부업 피해사례를 공개하며 “금융당국과 지방자치단체의 철저한 관리·감독과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법·미등록 대부업자들은 코로나19 이후 영세자영업자, 저신용자, 청년층 등 경제적 약자를 상제로 약탈적 대출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호기심에 100만원을 빌리면서 불법 사금융에 손을 대기 시작한 ㄷ씨는 1800만원을 대출하고 4200만원을 갚기도 했다. ㅂ씨는 생활고에 시달려 등록 대부업체에서 50만원과 30만원을 빌렸는데 한 달 뒤 각각 65만원(연이율 360%)과 40만원(연이율 240%)으로 상환해야 했다. 이 업체의 ‘대출나라’ 누리집에는 ‘연이율 24%, 합법적 대출’이라고 명시돼 있지만, 실제로는 연이율 200%가 넘는 약탈적 대출을 권하고 있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5월28일 지난해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불법 사금융 신고·상담 건수가 7351건으로 2019년(4986건)에 견줘 47.4%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소비자·시민사회단체는 “대부업법상 대부업자는 법정 이자율(연이율 24%·오는 7월부터 연이율 20%)을 초과해 대부계약을 체결하거나 초과 이자를 받아서는 안 되기에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미등록 대부업자들의 현황과 불법 추심행위 등을 확인해 영업정지 등의 행정적 제재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법정 최고 이자율(연이율 24%)의 2배를 초과하는 이자에 대해서는 원금도 받을 수 없도록 이자제한법·대부업법 개정을 국회에 촉구했다.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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