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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급식실부터 화학공단까지…‘직업성 암’ 노동자 78명 산재 신청

등록 2021-06-03 15:12수정 2021-06-04 02:49

노동단체, 일하다 암 걸린 노동자 78명 찾아내
급식실 노동자 28명, 플랜트 건설 노동자 19명
폐암이 33명 가장 많아…유방암·백혈병 뒤이어
직업성암119와 노동단제, 산재 신청자들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직업성암 집단산재신청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직업성암119와 노동단제, 산재 신청자들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직업성암 집단산재신청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윤활유·연료유 생산업체에서 15년간 폐기물·폐수처리 작업을 맡아온 이철호씨는 2019년 희귀암인 신우암(소변의 이동통로인 신우에 생기는 악성 종양) 진단을 받았다. 2교대로 하루 12시간씩 근무하며 60t 이상의 폐기물을 처리했던 이씨는 소각 과정에서 나오는 분진을 마스크도 없이 그대로 마셨다. 암 발병 사실을 알렸지만, 회사는 두 달 병가를 내준 뒤 “더 줄 게 없으니 일을 그만두든지 출근하든지 선택하라”고 통보했다. “열심히 일했는데 그런 대접을 받고 보니 제 삶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자신의 사연을 담담히 전하던 이씨의 눈이 붉게 충혈됐다.

이씨와 같은 직업성 암환자 78명이 3일 집단산재신청에 나섰다. 발암 물질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되는 등 열악한 작업 환경 탓에 암에 걸린 퇴직·현직 노동자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산재를 인정받기 위한 절차를 밟기로 한 것이다. 지난 4월28일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노동단체들이 전국의 직업성·환경성 암환자 찾기에 나선 지 약 한 달 만이다.

‘직업성·환경성 암환자 찾기 119’(직업성암119)와 공공운수노조 등 노동단체들은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대규모 직업성암 집단산재신청’ 기자회견을 열어 전국적으로 직업성 암환자를 찾는 운동을 이어가는 동시에 제도 개선을 위한 입법 촉구 활동을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산재신청에 참여한 78명은 학교 급식실 노동자 28명, 플랜트 건설 노동자 19명, 포스코 제철소 노동자 15명, 전자산업 노동자 8명, 지하철 승무노동자 2명, 화학 산단 노동자 2명 등으로 구성됐다. 직업성 암환자 78명 가운데 폐암이 33명(42%)으로 가장 많았고 유방암(13명), 백혈병(12명), 갑상선암(5명)이 뒤를 이었다. 루게릭, 파킨스 등 희귀병 환자들도 포함됐다. 상당수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최소 3년에서 최대 45년 이상 근무하다 병을 얻었다. 앞서 직업성암119는 두 차례에 걸쳐 21명의 직업성 암환자를 찾아내 집단산채신청을 한 바 있다.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불과 한 달 사이에 78명의 피해자가 추가로 저희를 찾아왔다. 언제까지 피해자인 가족과 환자들이 어려운 인정투쟁을 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미선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서울지부장은 “동료들 모두 2시간 이상 튀기거나 전을 부치면 속이 메스껍고 숨이 쉬어지지 않는 증상을 경험하고 있다”며 “2017년 경기도에 있는 한 학교 급식실 조리사가 폐암 판정을 받고 나서 사망한 뒤에야 산재로 인정받은 사실을 접하고선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그는 “친환경 식재료, 안전한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데 이 관심의 반만이라도 조리사들에게 줘서 저희가 어떻게 일하는지 알아봐 주셨으면 좋겠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이상원 전국 플랜트 건설노조 위원장은 “제철소나 발전소를 정비·보수하면서 숱한 노동자들이 이유를 알 수 없는 암에 걸려서 죽거나 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다. 일용직 노동자들은 여러 사업장으로 일하러 다니기 때문에 산재신청 방법도 모른다”고 토로했다.

직업성암119는 이번 집단산재신청을 계기로 토론회를 열어 △병원을 통한 직업성 암환자 감시체계 구축 법안 마련 △직업성암 추정의 원칙 법제화 및 적용 기준 확대 △산업기술보호법 내 안전보건자료 비공개 원칙 폐기 △건강관리수첩제도(유해 업무 종사자의 건강진단을 무료로 지원하는 제도) 내 대상물질·노출 기준 확대 적용 등을 국회에 촉구할 계획이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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