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사망하자 미성년자인 손녀의 양육권을 갖게 된 외할아버지가 딸의 전남편을 상대로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양육권만 가진 미성년자 후견인에게 양육비 청구권을 인정한 첫 판례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ㄱ씨의 아버지 ㄴ씨가 ㄷ씨를 상대로 낸 양육비 청구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ㄱ씨와 ㄷ씨는 2006년 2월 혼인신고를 하고 그해 8월 ㄹ군을 낳았다. 그런데 두 사람은 2012년 12월부터 별거를 시작했고 ㄹ군은 ㄱ씨 혼자서 양육했다. ㄱ씨는 2014년 9월 ㄷ씨를 상대로 이혼 청구소송을 냈는데 소송 중인 2016년 사망했다. 이 무렵부터 ㄴ씨는 외손자인 ㄹ군을 보살펴왔다. ㄴ씨는 ㄱ씨가 사망하자, ㄷ씨를 상대로 ‘미성년후견 및 친권상실심판’을 청구했고, 가정법원은 ㄴ씨에게 양육권을 인정했다. 한편 ㄷ씨는 ㄱ씨에게 매달 양육비 70만원을 줬는데, ㄱ씨가 사망하자 이를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ㄴ씨는 ㄷ씨를 상대로 양육비 청구소송을 낸 것이다.
재판부는 “가정법원이 양육권만 제한해 ㄴ씨에게 이를 행사하도록 결정한 경우 ㄴ씨는 ㄷ씨를 상대로 양육비 심판 청구를 할 수 있다”며 “ㄴ씨가 ㄹ군을 충분하게 보호·교양하기 위해서는 양육비의 원활한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ㄹ군의 복리를 위해 외할아버지인 ㄴ씨가 ㄷ씨에게 양육비 청구를 하는 것이 정의 관념에 부합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1심은 “ㄴ씨는 ㄷ씨에게 양육비를 청구할 권한이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ㄴ씨에게 양육비를 청구할 권한이 있다”고 인정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이를 확정했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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