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재직 중이던 지난 1월5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변호사 시절 택시기사를 폭행해 수사를 받은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다만 이 사건을 둘러싼 서울 서초경찰서의 부실수사 의혹과 관련해 경찰은 당시 사건 담당 수사관만 송치하기로 했다.
서울경찰청 청문·수사 합동 진상조사단은 9일 이 전 차관을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송치하고, 당시 영상 삭제 요청을 받은 택시기사 ㄱ씨도 증거인멸 혐의로 함께 송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울청은 서초서가 이 전 차관의 폭행 사건을 수사할 당시 입건조차 하지 않고 단순폭행으로 내사 종결한 것에 대해서는 담당 수사관이었던 ㄴ경사만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송치하기로 했다. 서울청 관계자는 “(당시) 수사팀장과 형사과장의 특수직무유기 혐의는 명확하지 않아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경찰수사 심의위원회에 회부해 심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 전 차관은 택시기사 폭행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자 한 시민단체는 그가 택시기사에게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한 점을 들어 이 전 차관을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로부터 이 사건을 이첩받은 서울경찰청은 택시기사와 이 전 차관 사이의 통화내역 및 휴대전화 포렌식, 블랙박스 업체 및 합의 장소 등 탐문을 통해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증거인멸 혐의로 함께 송치되는 택시기사에 대해서는 그가 폭행 사건의 피해자이고, 가해자의 요청에 따른 행위를 했다는 점 등의 참작 사유를 함께 기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청은 서초서가 이 전 차관 사건 처리 당시 외압 또는 청탁을 받아 ‘봐주기 수사’를 한 것이란 의혹 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경찰은 이번에 송치된 수사관 ㄴ경사는 택시기사의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도 적절한 조처를 취하지 않고 보고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ㄴ경사는 이 전 차관 폭행 사건이 지난해 12월 최초로 언론에 보도된 뒤에도 영상을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서울청은 이 전 차관 사건에 대한 내·외부의 부당한 사건개입 의혹은 확인하지 못했다. 조사 결과, 이 전 차관이 경찰 출석일정 조율을 위해 ㄴ경사와 통화한 내역 외에 서장이나 이하 사건 관련자 또는 전·현직 경찰관과 통화한 내역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사건 발생 당시 현장에서 이 전 차관이 통화했던 상대방은 가족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서초서장과 형사과장, 수사팀 팀장 등은 이 전 차관이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된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사건 종결 시까지 사건 내용을 서울청 수사부에는 보고하지 않았고, 이는 휴대전화와 피시(PC) 포렌식으로 확인됐다”며 “부정한 청탁이나 외압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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