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 김정효 기자
미국 대사관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이들을 경찰이 제지하고 카메라를 강제로 압수한 것이 부당하다는 진정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미 대사관저 앞이라도 1인 시위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9일 인권위의 결정문을 보면, 인권위는 지난 4월1일 서울 ㄱ경찰서장에게 “1인 시위를 최대한 보장할 수 있도록 관련 업무 담당 경찰들을 대상으로 재발방지를 위한 직무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앞서 진정인은 “릴레이 1인시위 및 촬영 과정에서 경찰이 인권침해를 했다”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문을 보면, ㄴ씨 등 5명은 2019년 10월25∼27일 ‘방위비 분담금 인상 반대’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기 위해 피켓을 들고 미국 대사관저 정문으로 향했다. 경찰이 이를 미신고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제지하자, 이들의 릴레이 1인 시위를 도와주던 ㄷ씨가 경찰을 촬영했다. 진정인은 경찰이 “영상을 지우지 않으면 개인적으로라도 고소하겠다”고 협박하면서 영상을 지우려 했고 영장도 없이 카메라를 압수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ㄱ경찰서는 “1인 시위자 외에도 주변에 진정인 등 3명이 동행하고 있어서 순수한 1인 시위로 보기 어려웠다”며 “또 얼마 전(2019년 10월18일) 미 대사관저 월담사건이 있었던 뒤 미 국무부 등이 강한 우려를 표명하며 한국 정부에 미 대사관에 대한 보호노력을 강화해 달라고 촉구했다. 범죄 예방을 위해 제지했다”고 반박했다.
인권위는 1인 시위자 주변에 타인이 있는 경우 1인 시위로 볼 수 있냐는 논란에 대해 “1인 시위자 옆에 다수인이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시간대에 시위현장에 머물렀더라도 그것이 시위자를 조력하는 것에 불과하고 다중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이는 것에는 미치지 않는다면, 집시법상 집회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미 대사관에 대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1인 시위를 제지했다는 ㄱ경찰서의 주장에 대해 “진정인들이 즉시 제지해야 할 정도로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반하는 구체적인 위법행위가 발생한 상황도 아니었던 점 등을 보아 해당 법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행정상 즉시 강제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고 밝혔다. 공관 지역을 보호해야한다고 규정한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에 대해서는 “개괄적이고 일반적인 의무를 의미하는 것으로, 공관지역에서의 1인 시위를 금지하는 등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근거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시위 조력자 ㄷ씨의 카메라를 경찰이 강제로 압수하려고 했다는 진정인의 주장에 대해서는 “지나가던 행인이 먼저 영상삭제를 요구해서 경찰이 영상삭제를 언급했으며, 경찰이 카메라를 압수하려는 모습이 영상에 촬영되지는 않았다”며 기각했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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