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9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출근길에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박 장관은 “어젯밤 김오수 검찰총장을 만나 직제개편안에 대한 견해차를 상당히 좁혔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대검찰청이 법무부가 추진 중인 검찰 조직 개편안에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8일 늦은 저녁,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검찰총장이 ‘깜짝 회동’을 가졌다. 두 사람은 이날 밤 8~12시까지 4시간 동안 의견을 나누며 조직 개편안 관련 조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법무부는 회동 다음날인 9일 ‘견해 차이를 좁혔다’고 밝힌 반면, 대검은 ‘의견을 전달했다’는 입장을 보여 두 기관 사이 미묘한 신경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박 장관은 이날 아침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젯밤에 김 총장을 만나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며 “조직개편안과 관련해 법리 등 견해 차이를 상당히 좁혔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내용에 관해서는 “앞으로 (논의가) 진행돼야 하니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고 말을 아꼈다.
이번 ‘깜짝 회동’은 박 장관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8일 오전 대검은 ‘조직개편안에 대한 대검 입장’을 내어 법무부가 추진하는 검찰 조직개편안과 관련해 공개적인 반대 의견을 냈다. 대검은 “일선청 형사부 직접수사 직제 제한은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장관 승인 부분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심각하게 훼손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같은 날 박 장관도 “법리에 대한 견해차가 있다. (대검 의견이) 상당히 세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박 장관이 먼저 회동을 제안한 것을 두고 ‘검찰 달래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개혁 과제를 순조롭게 마무리하기 위해선 김 총장의 협조가 필수적인 데다, 조직 안정이 필요한 검찰의 반발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박 장관은 이날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견해차가) 심각한 문제로 비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뵙자고 제안했고 (김 총장이) 흔쾌히 응했다”고 말했다. 두 기관 간 갈등이 더 깊어지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앞으로 여러 번 더 만날 계획인가’라는 질문에 박 장관은 “기본적으로 소통을 잘하자는 공감대는 인사안 협의 때 있었다. 소통을 자주, 잘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만남에도 불구하고 두 기관 사이 미묘한 신경전은 남은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쪽은 만남을 두고 ‘법리 등 견해 차이를 상당히 좁혔다’는 입장인 반면, 대검 쪽은 박 장관 발언 이후 “김 총장은 어제 저녁 법무부 장관을 만나 대검 입장을 상세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같은 자리에 대한 두 기관의 입장이 미묘하게 갈리는 대목이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한 검사는 “이견을 조율한 것과 의견을 전달한 것은 뉘앙스가 다르고 두 기관 간 어젯밤 회동을 다르게 해석할 여지를 남긴 것이라고 보인다”라며 “전날 두 사람의 만남이 워낙 갑작스레 이뤄져서, 박 장관의 발언 전까지 대검 참모들은 회동 자체를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이번 조직 개편을 둘러싼 이견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때처럼 갈등이 비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직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꼽은 김 총장 입장에서도 임기 초반 법무부와 대립 구도를 장기화할 경우 향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법무부가 대검의 의견을 어느 정도 받아들일지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손현수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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