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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한열 정신, 정의와 공정 토대 되길”…이한열 열사 34주기 추모식

등록 2021-06-09 17:05수정 2021-06-09 17:21

9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이한열동산에서 열린 제34주기 이한열 추모식에서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씨가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이한열동산에서 열린 제34주기 이한열 추모식에서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씨가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이한열 동산에서 이한열 열사의 34번째 추모식이 치러졌다.

이날 추모식에는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씨와 고 박종철 열사의 형 박종부씨, 정세균 전 국무총리,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참석했다.

한동건 이한열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추모사에서 “계승할 무엇이 있다는 건 한편으로 행복한 일”이라며 “지금 정의와 공정에 대한 질문과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한열 정신’이 그 논의의 출발점이자 토대가 되길 믿는다”고 밝혔다.

이지만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학장은 “이 열사의 행동은 우리나라 민주화에 기폭제가 됐다. 이번 추모식은 우리나라만의 행사가 아니다. 지금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많은 민중들에게도 귀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학장은 이어 이 열사가 쓴 ‘한 알의 씨앗이 광야를 불사르다’는 시를 소개하며 “이한열 열사처럼 한 사람의 삶이 씨앗이 되어 더 나은 세상이 되길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이도엽 학생추모기획단 단장은 “이한열 열사가 그토록 원했던 미래를 살아가는 우리는 열사의 삶을 기억하며 앞으로 나갈 용기를 얻는다. 정의와 올바름을 위한 투쟁을 기억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인숙 연세민주동문회 회장은 “오늘 이한열 목소리는 우리에게 갈 길을 묻고 있다. 거리에서 끓어오르던 그 심장은 여전히 뜨거운가”라고 물으며 “지금 청년들이 던지는 화두에 우리는 얼마나 진솔히 교감해 답 찾을 것인가”라고 기성세대의 성찰을 강조했다. 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씨는 “코로나 상황인데도 많은 분이 추모식이 참석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 열사는 1987년 6월9일 연세대 앞에서 열린 반독재 시위에 참여했다가 최루탄을 맞고 쓰러졌다. 그는 최루탄을 맞은 직후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나 최루탄 파편에 의한 뇌 손상으로 같은 해 7월5일 숨졌다. 이 열사가 쓰러지는 모습은 전 국민적 민주화운동을 촉발해 6·29 대통령 직선제를 이뤄내는 계기가 됐다.

한 알의 씨앗이 광야를 불사르다

모진 세상사는 건 누구의 죄요.
아니요

이건 죄도 보상도 아니요.

모진 세상사는 건 누구도 탓할 수 없는

바로 당신이 살고 있는 거요.

미치도록 이 세상을 살고 싶소.

조각조각 내 몸과 내 마음이 산산이 부서진다 해도

그 누군가 나의 조각을 딛고,

이 세상을, 이 더러운 진흙땅을

살아간다면,

그저 내 이름 나만이 간직하는 걸로 만족하겠소.

하나, 울화가 치밀어 눈 감을 수 없다면,

그 누군가 편히 눈감고 낮잠을 청할 수 있다면,

난, 그가 더 빨리 썩을 수 있다는 걸로 만족하겠소.

나의 씨앗이 광야를 불사를 수 없어도 좋소.

어차피 그건 관념의 광야이므로.

이 세상 내 눈이 받아들인 나의 한계이므로.

그러나,

내 오직 나의 한 욕심은

부디 썩을 수 있는, 방부제로 물들여지지 않은

어머니의 투박한 청국장처럼

그렇게 순진한 내 몸과 내 마음을

갖는 것 뿐이오.

그게 전부이외다.

1986.12.6. 이한열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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