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이한열동산에서 열린 제34주기 이한열 추모식에서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씨가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알의 씨앗이 광야를 불사르다
모진 세상사는 건 누구의 죄요.
아니요 이건 죄도 보상도 아니요. 모진 세상사는 건 누구도 탓할 수 없는 바로 당신이 살고 있는 거요. 미치도록 이 세상을 살고 싶소. 조각조각 내 몸과 내 마음이 산산이 부서진다 해도 그 누군가 나의 조각을 딛고, 이 세상을, 이 더러운 진흙땅을 살아간다면, 그저 내 이름 나만이 간직하는 걸로 만족하겠소. 하나, 울화가 치밀어 눈 감을 수 없다면, 그 누군가 편히 눈감고 낮잠을 청할 수 있다면, 난, 그가 더 빨리 썩을 수 있다는 걸로 만족하겠소. 나의 씨앗이 광야를 불사를 수 없어도 좋소. 어차피 그건 관념의 광야이므로. 이 세상 내 눈이 받아들인 나의 한계이므로. 그러나, 내 오직 나의 한 욕심은 부디 썩을 수 있는, 방부제로 물들여지지 않은 어머니의 투박한 청국장처럼 그렇게 순진한 내 몸과 내 마음을 갖는 것 뿐이오. 그게 전부이외다. 1986.12.6. 이한열
아니요 이건 죄도 보상도 아니요. 모진 세상사는 건 누구도 탓할 수 없는 바로 당신이 살고 있는 거요. 미치도록 이 세상을 살고 싶소. 조각조각 내 몸과 내 마음이 산산이 부서진다 해도 그 누군가 나의 조각을 딛고, 이 세상을, 이 더러운 진흙땅을 살아간다면, 그저 내 이름 나만이 간직하는 걸로 만족하겠소. 하나, 울화가 치밀어 눈 감을 수 없다면, 그 누군가 편히 눈감고 낮잠을 청할 수 있다면, 난, 그가 더 빨리 썩을 수 있다는 걸로 만족하겠소. 나의 씨앗이 광야를 불사를 수 없어도 좋소. 어차피 그건 관념의 광야이므로. 이 세상 내 눈이 받아들인 나의 한계이므로. 그러나, 내 오직 나의 한 욕심은 부디 썩을 수 있는, 방부제로 물들여지지 않은 어머니의 투박한 청국장처럼 그렇게 순진한 내 몸과 내 마음을 갖는 것 뿐이오. 그게 전부이외다. 1986.12.6. 이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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