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구글 클라우드 메일 서비스를 도입했던 서울대가 ‘무제한’을 내세워 홍보한 자료. 서울대 누리집 갈무리
대학생들에게 ‘무제한 메일·클라우드 저장공간’을 제공했던 구글이 갑자기 내년부터 대학별로 저장공간을 제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대학과 학생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16일 <한겨레>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구글은 지난 2월께, 국내 각 대학 정보담당자들에게 공문을 보내 그동안 구글이 제공했던 ‘무제한 저장공간’ 서비스를 중단하고, 2022년 7월부터 각 대학별 제공 용량을 100테라바이트(BT)로 제한할 계획이라고 공지했다.
구글은 2019년 7월부터 대학생들을 위한 클라우드 메일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무제한 메일함 용량과 클라우드 저장소(구글포토, 구글드라이브 등)를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이 무료로 저장공간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에 따라 국내 많은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던 메일 서버를 구글로 옮겼다. 당시 대학들은 학생들에게 ‘무제한 용량’, ‘평생 학교계정’, ‘안전한 메일’ 등을 홍보했다. 이전에 개인적으로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던 학생들도 구글의 광고를 보고 구글의 클라우드 메일서비스에 가입하고, 데이터를 구글 클라우드에 새롭게 업로드 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구글이 무제한 저장공간을 제공한 지 2년 만에 기존의 내용을 뒤집자 대학 사용자들이 난감해하는 상황이다. 구글이 제공하겠다고 밝힌 100TB는 각 대학들에게 턱없이 부족한 용량이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 정보화본부가 학생들에게 보낸 메일을 보면 서울대는 5월 말 기준으로 7만4000명의 이용자가 7000TB의 저장용량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저장공간의 70분의 1로 줄여야 하는 것이다. 고려대학교도 전 구성원들이 6410TB를 사용하고 있어 98.4%의 저장공간을 삭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로드한 자료를 삭제하지 않으려면 개인적으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학생들 사이에선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진과 문서까지 합하면 1TB 정도 업로드 해놨는데,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려면) 어느 세월에 이 자료들을 다 내려받냐”는 푸념과 “무제한으로 평생 제공한다는 말만 믿고 구글에 자료를 다 올렸는데, 명백한 계약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학교가 평생 무제한이라고 잘못 홍보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대 정보화본부는 일부 항의하는 학생들에게 “졸업 후에도 계정을 평생 사용할 수 있으나, 평생 무제한 제공하겠다고 홍보한 적은 없었다. 효율적인 대안을 마련하여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해명하고 있다. 고려대도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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