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찾기유니온이 16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사옥에서 입법제안운동 발표회를 진행하고 있다. 권리찾기유니온 제공.
“휴일 없이 며칠 밤을 새우며 일하는데도 프리랜서라는 허울로 퇴직금 한 번 받아본 적 없습니다. (…) 일하는 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8년차 방송작가 김한별씨)
“잦은 해고와 이직으로 우울증에 시달렸고,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어떠한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 채 힘든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여전히 어떠한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일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연구소 직원 이현우씨)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와 3.3% 사업소득세를 납부해 무늬만 개인사업자인 노동자들이 “일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입법 청원에 나서기로 했다. 노동운동단체 ‘권리찾기유니온’은 16일 오전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12층 회의실에서 입법제안운동 발표회를 열고선 “직업의 종류와 계약의 형식, 사업장 규모와 관계없이 노동자라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8월30일까지 입법제안운동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 또는 ‘가짜 5인 미만 사업장’(하나의 사업장을 둘 이상으로 쪼개 서류상 5인 미만으로 유지한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연장·휴일·야간 수당 등 요구할 수 없고 부당해고를 당해도 구제받기 어렵다. 4대 보험 대신 사업소득세 3.3%를 납부하는 개인사업자로 위장하는 ‘가짜 3.3’에 해당하는 노동자는 개인사업자로 인정돼 퇴직금도 받지 못한다.
권리찾기유니온이 제안하는 근로기준법 개정 방향은 크게 세 갈래다. 먼저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근로자 정의(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는 제공하는 자)에 “타인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을 근로자로 추정한다”라는 문구를 추가하는 방안이다. 노동자가 자신이 노동자임을 노동청이나 법원에 입증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 벗어나, 타인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면 일단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사용자의 정의(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등)에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등 해당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지배력 내지 영향력이 있는 자’라는 문구를 더해 하청·간접고용 남용 및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주 52시간제 적용, 각종 수당 지급,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부당해고구제신청 등 근로기준법의 핵심조항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리찾기유니온은 오는 7월 국회에서 입법 대안 토론회를 열고 8월30일까지 △개정안 논의 및 결정 △입법 대안 사전 홍보 △법안 발의 준비 및 국회의원 섭외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하은성 입법추진단 기획팀장은 “입법추진단에 이미 정의당이 원내 정당으로서 참여하고 있다. 오는 9월 정기 국회가 열리는 기간에 국회의원 10명을 모아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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