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민간기업에서 직원들이 야근을 하고 있는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경제단체들이 다음달 시행 예정인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 상한제 적용을 유예해달라고 요청한 가운데, 정부가 유예는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권기섭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은 16일 “(5~49인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제) 시행 시기를 유예하는 것은 법 개정 사항이라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주 52시간제와 새롭게 개편된 유연근로제가 동시에 시행되기 때문에 우선 새로운 제도들이 같이 정착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게 정부 목표”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5개 경제단체가 공동성명으로 유예를 요구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근로기준법이 정한 법정 노동시간은 주 40시간에 연장노동시간 12시간을 더한 주 52시간이다. 상한을 넘겨 일하면 사업주가 처벌받는다. 하지만 정부는 평균 노동시간을 주 40시간 이내로 맞추면 합법으로 보는 탄력근로제, 정해진 기간(정산기간) 안에 평균 연장노동 시간을 주 12시간 이내로 맞추면 합법으로 보는 선택근로제도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에 대한 제도 적용 준비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5~29인 사업장 특별연장근로제를 확대한 점도 강조했다. 특별연장근로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노동자 동의와 노동부 장관 인가를 받고 연장근무를 한 주에 12시간 넘게 시킬 수 있는 제도다. 전에는 사업주의 제도 남용을 우려해 ‘자연재해·재난 또는 이에 준하는 사고를 수습하는 경우’로 제도 활용 사유가 제한됐으나 지난해부터는 ‘업무량 폭증’이나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 같은 이유로도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특별연장근로 인가 건수는 2019년 900여건에서 인가 사유가 확대된 2020년 4천여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도 5월까지 2200여건이 인가됐다. 권 실장은 “5~29인 기업은 2022년 말까지 근로자 대표와 합의하면 1주 8시간의 추가 연장근로를 통해 최대 60시간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4월에 5~49인 기업 1300곳을 조사한 결과, ‘주 52시간제를 준수하고 있다’고 답한 기업이 81.6%, ‘준수하려고 준비 중’이라는 기업이 10.7%, ‘준비하지 못했다’는 곳이 7.7%였다고 밝혔다. 7월부터 주 52시간제를 준수할 수 있다고 답한 곳은 93.0%에 달했다. 제조업은 7월부터 주 52시간제를 준수할 수 있다는 응답이 82.4%로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한편에서는 노조 조직률이 떨어지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사업주가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 등을 남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권 실장은 “근로자 대표 제도 개선을 위한 여러 입법안이 계류 중”이라며 “입법 지연에 대비해 사업장을 지도하고, 필요하면 근로자 대표 관련 지침을 보완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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