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도쿄올림픽 예선에 출전한 독일 여자 체조 대표팀. 원피스 수영복 형태 레오타드 유니폼이 아닌 발목까지 하반신을 가리는 유니타드 유니폼을 입었다. 연합뉴스
25일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체조 예선. 독일 여자 대표팀이 낯선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등장했다. 상의는 흰색, 하의는 빨간색으로 배색된 유니타드(unitard)였다. 원피스 수영복에 소매가 덧대어진 형태로 디자인돼 하반신 노출이 많았던 기존 레오타드 유니폼과 달리, 독일 대표팀 새 유니폼은 하반신 전체를 발목까지 덮었다.
독일 여자 대표팀이 이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유럽 체조 선수권대회에서도 유니타드 유니폼을 입었다. 그때에도 독일 선수들의 새 유니폼은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독일체조연맹은 “(새 유니폼은) 스포츠계 성차별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표팀 소속인 사라 보스 선수는 영국 <비시시>(BBC)와의 인터뷰에서 “어릴 땐 (노출 심한 유니폼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사춘기가 오고 생리가 시작되면 매우 불편하다”고 했다. 또 다른 선수인 엘리자베스 자이츠는 “모든 체조 선수들은 편안하고 자신의 기량을 선보이는데 도움이 되는 경기복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은 지난 23일 열린 연습경기에서도 새 유니폼을 착용했다. 자이츠는 연습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모든 여성, 모든 사람들에게 무엇을 입을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새 유니폼 착용이) 우리가 기존 유니폼을 더는 입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떤 유니폼을 선택할지는 우리가 어떻게 느끼고, 무엇을 원하는지에 따라 매일매일 바뀔 것이며, 경기 당일 무엇을 입을지는 그날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리고, 올림픽 예선 당일 선수들의 선택은 레오타드가 아닌 유니타드였다.
지난 25일 도쿄올림픽 예선에 출전한 독일 여자 체조 대표팀. 원피스 수영복 형태 레오타드 유니폼이 아닌 발목까지 하반신을 가리는 유니타드 유니폼을 입었다. 연합뉴스
<비비시>(BBC) 등 외신은 독일 대표팀이 달라진 유니폼을 착용한 배경에 여성 선수에 대한 성적 대상화와 성폭력 역사가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8년 미국 전 체조 대표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가 30여년간 선수 150여명을 상습 성폭행·성추행한 사실이 알려졌다. 체조, 수영, 비치발리볼, 육상 등 노출 많은 경기복을 입는 여성 선수들이 불법촬영 타깃이 됐던 것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전 일본 국가대표 다나카 리에는 자신이 “주간지 섹시녀가 되어 있었다”며 불쾌했던 경험을 뒤늦게 털어놓기도 했다.
성적 대상화는 여성 선수들의 기량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엘리자베스 대니얼스 콜로라도대 심리학 교수는 미국 <엔피알>(NPR)과의 인터뷰에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몸을 두드러지게 만드는 수영복을 입었을 때 실제로 여성 주의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자 스포츠 선수들이 몸에 달라붙는 유니폼을 입으면 그들이 능력을 보여주는 데 방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노르웨이 비치핸드볼 여성팀. 팀 공식 인스타그램
성적 대상화를 거부하는 움직임 반대편에는 정반대 사례도 존재한다. 유럽핸드볼연맹(EHF)은 18일(현지시각) 유럽비치핸드볼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노르웨이 여자 대표팀에게 선수당 150유로씩 1500유로(한화 약 2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노르웨이팀 유니폼이 연맹이 정한 복장 규정을 위반했기 때문이었다. EHF는 여자 선수들이 스포츠 브라와 ‘옆면’이 10㎝를 넘지 않는 하의를 착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르웨이 대표팀 선수들이 “불필요하게 성적인 느낌을 주고, 무엇보다 불편하다”며 규정이 정한 비키니 팬티 대신 반바지를 입었다. 노르웨이 대표팀은 사전에 반바지를 입어도 되는지 문의했지만, 연맹은 허가하지 않았다고 한다. 노르웨이 핸드볼협회는 “선수들은 편한 유니폼을 입을 수 있어야 한다”며 벌금을 대신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EHF 남성 유니폼 규정은 탱크톱과 무릎 위 10㎝까지 오는 헐렁하지 않은 반바지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