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친구에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쿵쾅아 너 생리컵 쓰잖아, 그거 어때? 안 아파? 밖에서는 어떻게 해? 아니 나 어제 갑자기 생리 시작해서 편의점 갔는데 생리대값 보고 갑자기 현타가 오는 거야. 그래서 이번에 생리컵을 좀 써볼까 하는데, 경험자 말을 좀 듣고 싶어서.”
대학교 3학년의 어느 여름, 조별활동·과제·아르바이트가 ‘쓰리콤보’로 겹친 날이었습니다. 그날은 유난히 습도가 높아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룩주룩 나는 날이었지요. 팬티에 붙인 생리대 위로도 땀이 차오르는 그런 날이었습니다. 사타구니 쪽은 이미 땀으로 가득했고, 혹시나 냄새가 날까 신경이 쓰였어요. 그런데 바로 그날, 구글이 제가 혼잣말로 짜증 내는 걸 들었는지 갑자기 유튜브 추천 영상에 생리컵 관련 영상이 떴습니다. ‘생리컵’이라는 물건이 존재하는지도 몰랐는데, 영상을 보다가 저도 모르게 “유레카!”를 외치고는 그 자리에서 생리컵 2개를 주문했습니다. 그렇게 생리컵을 사용한 지 벌써 5년. 이제 저에게 생리컵은 필수품인데, 주위에는 망설이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선 ‘질 안에 무언가를 삽입한다’는 게 거부감이 든다고 합니다. 저는 “왜? 내 몸인데 대체 왜?” 하고 반문했습니다. 친구들은 가만히 생각하더니, 학창시절 받았던 성교육 이야기를 했습니다. 애초 생리컵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고, 여성의 질에 생리컵 같은 물체가 들어갈 수도 있다는 사실 자체를 배우지도 못했다고요. 더군다나 성기 삽입을 통한 성관계도 ‘하면 안 되는 일’ ‘어른이 되고 나서야 할 수 있는 일’과 같이 청소년에게는 굉장히 터부시되는 분위기의 교육을 받아서 그런지, 질 안에 무언가를 삽입한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고’, ‘남세스럽다’고 하더라고요. 저 또한 처음 생리를 시작했을 때, 학창시절 성교육을 받았을 때 한 번도 ‘생리컵’이 있다는 걸 배우지 못했습니다. 몇십년의 역사를 가진 ‘탐폰’이 있다는 것도 그때는 몰랐습니다. 성인이 되고 나서야 외국은 생리대보다 탐폰 사용자의 비율이 훨씬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친구들이 이야기한 생리컵에 대한 또 다른 걱정은 세척과 같은 위생 문제였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생리혈을 흡수한 생리대를 피부에 몇 시간씩 덧대고 있는 게 더 비위생적일 것 같은데 말이에요. 그래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자료를 찾아보니 생리컵은 의료용 실리콘으로 만들기 때문에 물로 한 번 씻은 후 끓는 물에 5분만 담가 놓으면 세척이 끝나고, 세척법이 간단하다고 해서 위생상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요즘은 생리컵 전용 세척액도 팔고 있어서, 필요한 경우 전용 세척액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일 것 같습니다.
친구들이 이야기한 마지막 걱정은 바로 ‘어려운 사용 방법’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저도 참 많은 공감이 되었어요. 저도 처음에는 생리컵을 어떻게 넣어야 하는지, 안에서 잘 펴진 건 맞는지, 새지는 않을지 너무 걱정이 많이 됐거든요. 하지만 우리가 첫 생리를 시작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그때도 우리는 생리대 앞뒤를 바꿔서 붙이기도 했고, 교체 시기를 놓쳐 새기도 했고, 날개 부분을 제대로 붙이지 않아 팬티 안에서 생리대가 말려 아파하기도 했었죠. 처음엔 당연히 미숙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생리컵도 조금만 연습하고 사용해보면 세상에 이렇게나 삶의 질, 질의 삶을 높이는 제품이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에요.
친구들은 아직도 망설이고 걱정하지만, 생리컵 사용자의 91%는 생리컵에 만족한다고 합니다. 여성 1명이 1년에 지출하는 평균 생리대값은 12만원. 그런데 생리컵은 1개에 2만~2만5천원 정도랍니다. 게다가 생리대처럼 외부에 나와 있는 것이 아니니 냄새 걱정도 할 필요가 없고, 여름에 사타구니에 땀이 찰 일도 없습니다. 이뿐인가요? 일회용 생리대 유해물질 걱정에서도 자유롭지요.
혹시 이글을 보고 생리컵에 ‘영업’당하신 분이 있다면 이번 달부터 생리컵을 사용해보는 건 어떨까요? 지금부터 찬찬히 연습해놓으면 내년에는 그 어느 때보다 시원하고 편안하게 여름을 보낼 수 있을 테니 말이에요. 이렇게나 많은 장점이 있는 생리컵,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