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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스쿨미투’로 고발된 서울 교사 63%는 교단에 있다

등록 2021-12-09 04:59수정 2021-12-09 14:55

정치하는엄마들 정보공개청구 결과 공개
고발된 뒤 10명중 6명꼴 징계 전혀 안받아
76%는 직위 유지해 학생들과 접촉 가능
서울교육청 “학교명 공개 피해자 노출 우려”
정치하는엄마들 “학교명 몰라 따질 수도 없어”
‘스쿨미투’ 운동을 벌여온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이 2019년 1월4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스쿨미투’ 운동을 벌여온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이 2019년 1월4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지난 3년간 ‘스쿨미투’로 수사기관에 고발된 서울지역 교사 10명 중 6명꼴로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서울시교육청은 직접 신고를 하거나 관할 학교에서 신고한 이들 교사 151명 가운데 70% 이상에 대한 수사·재판 진행 상황을 파악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8일 학부모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입수한 ‘서울시교육청 학교성폭력 고발건 처리현황 및 징계분석’ 자료를 보면, 2018∼2020년 사이 스쿨미투로 서울시교육청과 학교 측이 수사기관에 신고한 교사는 151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95명(63%)은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14명(75.5%)은 아예 ‘직위해제’로부터 자유로웠다. 성희롱·성폭력 관련 수사 대상 경우 ‘일단 직위해제’는 서울시교육청의 방침이기도 하다. 교육청 방침을 어긴 데다 직위해제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것은 학생에게 성차별적 발언, 성희롱, 성추행 등을 한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교사들이 실제 징계를 받기까지 아무런 제약없이 교단에서 학생들과 만날 수 있는 지위를 유지시켰다는 얘기가 된다. 서울시교육청은 2018년 보도자료를 통해 “교(직)원의 성희롱·성폭력 사안은 교육청에서 직접 조사하고 중대사안의 경우 특별감사 실시 후 사안에 따라 최고 파면까지 의결한다. 범죄로 수사·조사 통보시 교(직)원은 바로 직위해제하여 성폭력 교원을 교단에서 원천 배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151명 교사 가운데 징계를 받은 이는 △감봉 12명 △견책 9명 △정직 20명 △파면 6명 △해임 7명 △징계 진행중 2명 등 56명이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2019년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스쿨미투 처리현황’을 공개하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해 2심에서 승소했다. 사진은 정치하는엄마들이 만든 ‘스쿨미투 전국지도’ 펼침막.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2019년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스쿨미투 처리현황’을 공개하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해 2심에서 승소했다. 사진은 정치하는엄마들이 만든 ‘스쿨미투 전국지도’ 펼침막.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당초 스쿨미투로 연루된 교사는 모두 187명이었다. 이중 서울시교육청은 36명은 고발대상에서 제외했다. 교육청과 학교장 등은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34조2항에 따라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 사실을 인지하면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이에 “교육청이나 학교가 사안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때는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간혹 있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스스로 신고한 사건의 수사·재판 진행 상황을 파악하지 않고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신고된 151명 가운데 106명의 수사·재판 진행 상황에 대해 ‘해당자 관련 정보 없음’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45명만 △기소 14명 △불기소 10명 △보호처분 8명 △수사개시 8명 △개인정보 비공개 요청 4명 △혐의없음 1명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수사기관이 통보한 것만 기록하고 있다”면서 “별도 통지가 없는 사안에 대해선 수사 진행 상황을 다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경찰청 아동청소년과 관계자는 “제3자가 신고하고 경미한 사안일 경우에도 당연히 통보하도록 돼있다. 혐의가 없을 경우 ‘혐의없음’으로 통보한다”고 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측이 통지받고 사안이 경미하다고 판단해 보고하지 않은 건이 있을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후속조치도 부실하다. 151명의 교사가 연루된 서울지역 스쿨미투 신고 사건 가운데 피·가해자 분리를 하지 않은 비율은 절반(73건, 48.3%)에 달했다.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보호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치마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감사를 실시하지 않은 비율은 57.6%(87건), 피해학생 지원을 하지 않은 비율은 88.7%(134건)였다. 교육청이 학교 쪽에 징계를 요구한 사안은 29건(19.2%)에 불과했다.

앞서 정치하는엄마들은 2019년 5월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스쿨미투 사건 처리현황을 공개하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뒤 1심과 2심에서 승소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12월 2심 판결에서 “교육당국은 스쿨미투 처리 결과가 어떠하였는지를 공개해 향후 교내 성폭력 사건의 고발 및 처리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후 정치하는엄마들 쪽에 일부 자료를 공개했지만 학교명이나 수사·재판 진행 상황 등은 자세히 밝히지 않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피해자가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우려를 가지고 있다. 굳이 학교명을 공개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의 김정덕 활동가는 “서울시교육청이 직접 제공한 자료만 봐도 학교성폭력 사건들은 공정하게 처리되지 않고 있다”면서 “그렇다면 학부모와 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은 해당학교에 의문을 제기하고 시정 요구를 하는 것이다. 학교명을 알아야 후속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학교에 따져물을 수 있지 않겠나. 서울시교육청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 광주시교육청과 제주시교육청은 스쿨미투가 발생한 학교명을 전부 공개하고 있다. 특히 광주시교육청은 2018∼2020년 사이 발생한 스쿨미투 사건 49건 가운데 단 3건을 제외하고 전부 감사를 실시했다. 제외된 3건은 가해교사가 구속돼 즉시 파면(2명), 해임(1명)된 경우였다. 광주시교육청은 49건에 대해 피·가해자 분리조치를 했고, 연루된 교사 전부를 직위해제부터 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 5월 서울시교육청이 학교명 공개를 거부한 것에 대해 다시 행정소송을 낸 상태다. 선고일은 오는 2월11일이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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