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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김지은에서 김잔디로…“이어진 용기가 다른이에게 흘러가길”

등록 2022-02-18 10:59수정 2022-04-06 10:32

두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 1년 반의 교류
극심한 2차 가해 속, 위안이 된 메시지들
김잔디 “덕분에 용기낼 수 있었다”
김지은 “받은 힘 돌려드리기 위해 연대할 것”

2018년 1월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폭력 공론화로 국내에서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운동이 본격화한 뒤 4년이 흘렀다. 그사이 유력 정치인의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 한국 사회에 경종을 수차례 울렸다. 그러나 피해자들에게 닥쳐온 것은 거대한 2차 가해였다. <한겨레>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이면서, 사건이 알려진 뒤 극심한 2차 피해를 입었던 이들의 목소리를 전하고자 한다. 지난 1월 책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를 펴낸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김잔디씨를 만나 인터뷰했다. 이어 김잔디씨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위력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김지은씨와 “용기와 연대”를 나누어 온 일들을 전한다. 각 사건이 알려진 뒤 4년, 1년 반의 시간이 지났다. 여전히 김잔디·김지은씨와 같은,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사회엔 절실하다. 그들이 만든 틈이 뒤에 올 사람들에겐 숨을 이어갈 틈이 된다. 용기와 연대가 만든 균열이다.

①“세상이 믿는 대로가 아닌, 나의 목소리로 기억되고 싶었다”

② ‘용기와 연대’ 김잔디·김지은의 교류가 의미하는 것

2018년 1월29일,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부망에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글을 올린다. 이날 서 검사는 <제이티비시(JTBC)>에 출연해 과거 법무부 간부였던 고위검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말한다. 서 검사의 ‘첫 번째 미투’를 접한 뒤 안희정 당시 충남도지사의 정무비서 김지은씨는 “그저 뉴스에 나오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 나와 다른 세상의 이야기일 뿐”이라며 자신의 피해를 애써 외면했다. 그리고 한 달여 뒤, 김지은씨는 서지현 검사처럼 <제이티비시>에 출연해 ‘두 번째 미투’를 한다.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의 비서 김잔디(가명)씨의 첫 반응도 김지은씨와 비슷했다. ‘나는 저런 일의 피해자가 아니야. 나만 조심하면 돼.’ 하지만 방송을 본 무렵부터 김잔디씨는 서울시장이 보내오는 께름칙한 사진과 문자메시지를 주변에 알리기 시작했다.

‘미투의 목소리’는 외따로 터져 나오지 않았다. 처음 목소리를 낸 사람이 만든 균열이, 뒤이은 다른 피해자가 목소리를 내기 위한 숨구멍이 됐다. 박 전 시장 사건과 안 전 도지사 사건의 피해자인 김잔디씨와 김지은씨 사이에 있던 일도 그랬다. 박 전 시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김잔디씨에 대한 2차 가해가 극심하던 시기, 김지은씨는 김잔디씨에게 연대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리고 김지은씨의 책 <김지은입니다>를 밑줄을 그어가며 읽은 김잔디씨는 자신도 다른 피해자에게 ‘함께 하겠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한겨레>는 지난 3일과 4일 대면 인터뷰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둘 사이의 교류에 대해 물었다. 그리고 이것이 각자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들었다.

■김잔디 “미투 나온 뒤 피해 주변에 알리기 시작”

김지은씨가 <제이티비시> ‘뉴스룸’ 인터뷰에 나선 2018년 3월5일, 서울시장 비서실 소속 비서였던 김잔디씨는 생방송을 당일에 보지는 못했다. 다음날 클립 영상을 본 김씨는 “나와는 다른 일“이라고 여겼다고 했다. 이미 박 전 시장으로부터 속옷 사진과 성적인 뉘앙스의 문자 메시지를 받고 있었지만, 김지은씨의 처지와 자신은 다르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유능하고 성격 좋은” 공무원으로 인정받고 싶었던 김잔디씨는 자신이 “성적으로 착취될 수 있는 대상”이라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동시에 이 무렵부터 김잔디씨는 피해를 주변인들에게 조금씩 알리기 시작했다. 의식적으로는 ‘다르다’고 구분 지었지만, 김지은씨의 목소리가 김잔디씨에 닿아 박 전 시장의 위력에 ‘작은 균열’을 냈다.

―김지은씨의 제이티비시 인터뷰를 봤을 때 어땠나.

김잔디 “정말 솔직한 감정으로는 내가 겪은 일과는 다른 일이라고 생각했다. <김지은입니다>를 보면, 선생님(김잔디씨는 김지은씨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도 서지현 검사님 사건을 보고 ‘나는 달라, 나는 그런 일의 피해자가 아니야라고 느꼈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 마음을 저도 똑같이 느꼈다. 성폭력 피해자는 자신이 피해자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 자체가 오래 걸린다. 그런데도 이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김지은씨) 인터뷰를 계기로 상사나 직원들에게 피해사실을 말하기 시작했다. (박원순 전 시장이) 속옷 사진을 보내고, 신체 접촉을 하고, 나를 여자로 보는 것 같은 이야기를 하신다는 말이었다. 그러면 그분들은 ‘할머니와 손녀 같아서 문제가 없다. 네가 예뻐서 그런다’ 정도의 이야기를 했다. 내가 겪는 마음고생에 비해서 주변 사람들이 가볍게 여기는 면이 있어서 더는 문제제기를 못 했었다.

―서지현 검사와 김지은씨의 ‘미투’가 있은 지 불과 몇달만인 2018년 9월, 박 전 시장이 무릎에 입을 맞추는 ‘명백한 성추행’이 일어났다고 했다.

김잔디 “만약 (김지은씨의) 상황이 나와 비슷하고 정말 그렇게 완전히 선을 넘는 일이 벌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면, 거기에 따른 만반의 준비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상황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유능하고 성격 좋고, 일을 잘하는 직원으로 인정받고 싶었지, 성적으로 착취될 수 있는 대상이라는 것 자체를 스스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리고 동시에 안희정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설마, 알아서 조심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졌다. 그런데 (박 전 시장은) 그러지 못했다.

김지은씨가 김잔디씨에게 건넨 &lt;김지은입니다&gt;에 담긴 메시지. 사진 김잔디 제공
김지은씨가 김잔디씨에게 건넨 <김지은입니다>에 담긴 메시지. 사진 김잔디 제공

■‘피해호소인’ 2차 가해 와중 손 내민 김지은씨

두 사람의 직접적인 교류는 김잔디씨가 박 전 시장의 갑작스러움 죽음 뒤 2차 가해의 한복판에 내몰렸던 2020년 7월21일에 시작됐다. 서울시가 박 전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하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그를 ‘피해를 호소하는 직원’으로 부르던 무렵, 김지은씨는 한국성폭력상담소를 통해 김잔디씨에게 자신의 책 <김지은입니다>를 쿠키와 함께 보냈다.

―당시에 연대의 뜻을 표시한 이유가 있다면.

김지은 “휘몰아치는 상황에 홀로 얼마나 힘드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 연대의 표시가 미약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부족한 힘이나마 보태고 싶었다.”

―책을 선물하면서 ‘용기와 연대, 힘내세요’라는 문구를 적으셨다.

김지은 “재판 당시 가장 힘겨웠던 시간에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일본에서 미투를 하신 이토 시오리님의 <블랙박스>였고, 그 책을 읽으며 큰 힘과 위안을 받았다. 부족한 책이지만 저의 글들이 혹시라도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김잔디씨는 <김지은입니다>가 “내 경험과 똑같아 너무나 놀랐고, 펑펑 울었다”고 했다. 처음 20여 페이지를 읽은 뒤 자는 엄마와 동생을 깨워서 통곡했다. 김잔디씨는 “너무나 비슷한 경험이어서 읽기도 쉽지 않았다. 한 줄 한 줄 밑줄을 쳐가며 3달이 걸려서 겨우 읽어낼 수 있었다”고 했다. ‘보통의 노동자’가 되려던 김지은씨가 권력자의 사적 노무에 떠밀리다 위력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고, 자신을 지키려 피해사실을 알린 뒤 측근과 지지자 집단 전체가 행하는 무제한적 2차 가해에 노출되는 과정 전체가 바로 김잔디씨 자신의 이야기였다.

―석 달에 걸쳐 줄을 쳐가며 읽은 김지은씨의 책이 “마치 내가 쓴 글과 같다”고 표현했다.

김잔디 “그 전까지는 ‘다르다’고 생각해왔는데 책을 보니 사소한 행동부터 주변 사람들의 반응, 느끼는 감정, 무서움까지 정말 다 비슷했다. 피해의 정도는 다르겠지만 이래서 사람들이 똑같다고 하는구나 생각했다”

―김지은씨의 공개적인 연대의 목소리는 어떤 의미였는가.

김잔디 “그 당시 무엇보다 제게 필요한 목소리였고, 누구보다 제게 위안이 된 목소리였다. 김지은 선생님은 본인도 그렇게 견해를 밝히면 더 공격에 노출되고 또 다른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걸 감수하고 해주신 것이다.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이야기해주신 것처럼, 저도 이후에 있을지 모르는 다른 누군가를 위해 함께 하겠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김잔디씨는 김지은씨에게 선물 받은 <김지은입니다> 첫 장에 이렇게 적었다. “평생 끝나지 않을 그 싸움, 꼭 이겨내셔야 해요. 선생님 덕분에 제가 용기 낼 수 있었어요. 지금 이 순간 저의 모든 것은 그때 선생님이 용기 내 행동하고, 지금까지 보여주신 발걸음 덕분이에요.”

김지은씨에게 선물 받은 &lt;김지은입니다&gt; 첫장에 적은 김잔디씨의 글. 사진 김잔디 제공
김지은씨에게 선물 받은 <김지은입니다> 첫장에 적은 김잔디씨의 글. 사진 김잔디 제공

■2020년 10월, 김지은·김잔디 만나다

2020년 10월18일, 김지은씨와 김잔디씨가 처음으로 만났다. 박 전 시장의 극렬 지지자들이 김잔디씨의 실명과 소속 등을 인터넷상에 퍼 나르고, 날로 극심해져 가는 2차 가해에 문제의식을 느낀 이들을 중심으로 한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공동행동’이 출범하기 하루 전날이었다. 이날 김잔디씨는 주황색 꽃으로 된 꽃다발을, 김지은씨는 직접 볶은 커피를 서로에게 선물했다.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공동행동이 출범하기 전날 김지은씨를 만나셨다.

김잔디 “<김지은입니다>의 책 표지가 주황색이다. 그래서 주황색 꽃으로 만든 꽃다발을 준비해갔다. 김지은 선생님은 직접 볶은 커피를 직접 그린 봉투에 담아주셨다. 그게 김지은 선생님과 내가 함께한 순간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겪었던 일에 관해 이야기하거나 위로하거나 했던 것은 아니다. 그냥 서로가 준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마음을 주고받고, 웃으면서 그 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힘이 됐다.”

―김잔디씨를 만났을 때 서로 어떤 말씀을 나눴는가?

김지은 “건강은 어떠신지, 잠은 잘 주무시는지, 식사는 잘하시는지 그런 평범한 일상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어떤 마음으로 어떤 시간을 보내실지, 이전에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던 저로서는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기에 힘든 이야기는 되도록 하지 않으려 했다. 잠시라도 소소한 대화를 나누면서 편안히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김건희 ‘안희정’ 발언, 정확하게 사과해야”…“민주당, 2차 가해자들 남아있어”

2022년 1월 김잔디씨는 김지은씨가 그랬듯 자신의 “생존의 기록”을 담아낸 책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를 냈다. 공교롭게도 발간 무렵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안희정 전 지사를 두둔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 일부가 공개되면서 또다시 2차 가해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김잔디씨는 “상처를 준 사람이 정확하게 사과하고 (김지은씨에게 한) 잘못을 회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겠다는 정도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필요한 정치의 모습”이라고 했다. 김지은씨는 김잔디씨가 대선 국면에 책을 낸 배경의 저의를 의심하는 시선에 대해 “고발인이 말하겠다고 결심하는 그 순간이 유일하게 적절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건희씨의 녹취록 공개 뒤 김지은씨에 대한 2차 가해가 다시 이어지고 있다.

김잔디 “상황 자체가 너무 잔인하다. 김지은 선생님은 내가 원하던 방식을 그대로 걸어가셨다. 법적인 절차를 정확하게 밟아서, 피해와 가해에 대한 사실 판단을 받고, 가해자가 법적 책임을 지고 있다. 그 모든 절차를 겪은 뒤에도 이런 상황에 직면해 또 2차 가해를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이 너무 참담하다. 나는 (김지은씨 언급 부분을 내보낸) <문화방송>(MBC)의 보도가 언론 윤리를 저버린 행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공개된 발언 내용으로) 누군가 상처받는 사람이 생겼다면, 그리고 그 발언이 잘못된 발언이라면, 상처를 준 사람이 정확하게 사과하고 잘못을 회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겠다는 정도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필요한 정치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김잔디씨의 책 출간을 놓고 출간 시점과 내용 등을 들어 ‘저의’를 의심하는 시선이 있다. 이런 시선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김지은 “피해자나 내부고발자가 잘못을 고발하는데 적절한 시기가 별도로 존재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 고발을 함으로써 겪게 될 고통과 어려움은 적어도 지금의 한국 사회 안에서는 오롯이 고발인의 몫이기 때문에 고발인이 말하겠다고 결심을 하는 그 순간이 유일하게 적절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앞으로는 이런 식의 의심보다는 말하기에 관심 가져주시고, 조금은 더 따뜻한 시선으로 함께 해주시길 소망하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20명이 민주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의 권력형 성범죄와 2차 가해에 대해 사과했다. 이들은 사과문에서 △2차 가해를 하는 공직자·당직자에 대한 당원권 제재 등 제도적 개선 △민주당의 조직문화 진단 건의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법적 지원과 심리상담 강화 등을 약속했다. 이때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건은 언급했지만 박원순 전 서울시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에 대한 김지은씨와 김잔디씨의 반응은 ‘2차 가해자들이 여전히 민주당과 선대위에 남아있는 한’ 온전히 사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김지은 “너무 늦은 사과지만 저를 비롯한 오거돈, 박원순 사건의 피해자분들과 숨죽여 살고 계신 세상의 다른 피해자분들께도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다만 민주당 의원님들의 사과에 정작 안희정계 의원으로 분류되어 가해자에 동조했던 분들은 한 분도 계시지 않았다. 그리고 2차 가해자들의 공직 진출을 막겠다고 하셨지만 정작 지금도 청와대를 비롯한 지방정부, 대선 캠프에 이르기까지 많은 2차 가해자들이 영전되어 자리잡고 있고, 정작 피해자를 도운 사람들은 정치권에서 쫓겨나 있다. 이 문제부터 적극적으로 나서서 바로 잡아주시길 부탁드리고 싶다.”

김잔디 “여러 가지가 의문이다. 박원순 전 시장의 이름은 한 번도 언급이 되지 않았는데 제 사건과 관련한 것이 맞는지, 제 변호인이나 지원단체 연락처를 파악할 수 있는 민주당의 사과가 왜 당사자가 아닌 대국민 기자회견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등 말이다. 다만 ‘2차 가해를 하는 공직자들과 당직자들에 대한 공적 업무 불허용, 당원권 제재 등 강력한 조치 마련’ 부분은 인상 깊었다. 말뿐인 사과가 아니라 결단과 실행이 따라줄 때, 그때 판단하고 싶다.”

■“용기가 흘러서 다른 누군가에게 가길”

두 사람에게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같은 답이 돌아왔다. 오롯이 ‘잘 살기 바란다’는 것. 그리고 함께 나눴던 ‘용기’가 이후에 또 있을지 모르는 자신과 같은 상황의 피해자에게 흘러가길 바란다는 것.

―자신의 2∼3년 뒤 미래 모습과 같다는 김지은씨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김잔디 “무엇보다 김지은 선생님이 잘사셨으면 좋겠다, 잘 사시는 모습을 보고 내가 용기를 낼 수 있고, 그 용기가 흘러서 또 다른 누군가에게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잔디씨보다 조금 더 앞서 동일한 경험을 한 생존자로서 일상으로의 복귀를 시도 중인 김잔디씨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김지은 “제가 미투를 했던 이유는 인간답게 살고 싶었고, 다른 피해자를 막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제가 느낀 절망과 고통을 다른 누군가가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고통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고통을 느끼는 분이 계신다면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 싶었다. 그것이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고 손을 내민 이유다. 지난 시간 어려운 상황에서도 제게 손을 내밀어 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큰 힘을 얻었고, 그 마음을 돌려드리는 일은 저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 계신 분들과 연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잔디님의 2~3년 후 모습이 제가 아니라 저보다 더 편안하고 나으신 삶을 사시길 기원한다. 간절한 바람이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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