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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팩트체크] “성인지예산으로 핵위협 막자”?…가짜뉴스 읊는 윤석열

등록 2022-02-28 15:46수정 2022-04-11 17:09

남초커뮤니티발 가짜뉴스 거르지 않아
성인지예산은 점검 위해 분류한 것일 뿐
별도 편성·집행하는 예산 없어
“기초적 이해도 없이 반여성캠페인 몰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경북 포항시 북구 신흥동에서 열린 유세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경북 포항시 북구 신흥동에서 열린 유세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우리 정부가 성인지감수성 예산이란 걸 30조 썼다고 알려져 있다. 그 돈이면 그중 일부만 떼어내도 우리가 이북(북한)의 저런 말도 안 되는 핵 위협을 안전하게 중층적으로 막아낼 수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경북 포항 유세 때 한 말이다. 현재 정부가 성인지감수성 예산(성인지 예산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을 별도로 편성·집행하고 있고, 이 예산을 국방비 등으로 돌리면 북핵 위협에서 비롯한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같은 당 김진태 전 의원(현 이재명비리검증특위 위원장)이 지난해 7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가부는 성인지 예산을 국방 예산과 맞먹는 35조나 쓰면서도 성폭력 피해자마저 외면했다”고 쓴 것과 비슷한 주장이다. 한때 남초 커뮤니티에서 여가부 폐지론의 근거로 쓰였던 ‘성인지 예산 35조원설’과도 흡사하다.

하지만 윤 후보가 주장한 방식의 ‘성인지 예산 30조’는 존재하지 않는다. 성인지 예산은 별도로 편성·집행하는 예산이 아니다. 국가의 주요 사업 가운데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수혜를 누릴 수 있도록 성인지적 관점에서 분석할 필요성이 있는 예산을 별도로 분류해 점검하는 과정이다. 즉,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예산 중 일부를 성인지 예산으로 분류하면, 이 예산을 투입하는 정책, 사업이 성평등의 관점에서 국민들에게 고르게 수혜가 갈 수 있도록 짜였는지 검토해 재분류하는 작업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회계연도에 도입돼, 매년 분석한다.

어떤 사업들이 성인지 예산 사업으로 분류되는지 살펴보면 ‘성인지 예산’의 성격을 더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성인지예산서 작성 대상이 되는 사업은 크게 ‘직접목적 사업’과 ‘간접목적 사업’으로 나뉜다. 직접목적 사업은 각 부처의 성평등 목표 달성에 직접 기여하는 사업으로 ‘경력단절여성취업 지원’이나 ‘성폭력 피해자지원’ 등이 포함된다. 간접목적 사업은 성평등을 1차적 목적으로 하지는 않지만 사업수행 결과에 따라 간접적으로 성평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업이다. ‘농업인소규모창업기술 지원’이나 ‘중소기업기술혁신개발’ 등이 간접목적 사업에 들어간다.

올해 성인지 예산 사업의 규모는 26조8821억원인데, 예산규모 기준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처는 고용노동부(9조6644억원)다. 중소벤처기업부(9조3679억원)·보건복지부(4조5895억원)·여성가족부(1조838억원) 등이 그 뒤를 따랐다. 국방부도 지난해 성고충전문상담관 운영, 군 어린이집 운영지원 등 사업과 관련한 688억여원의 예산을 성인지 예산 사업으로 분류했다.

흔한 오해와 달리 ‘성인지 예산’ 분석을 여가부 홀로 주도하는 것도 아니다. 매년 초 기획재정부가 여가부와 협의해 성인지 결산서 작성지침과 양식을 배포하면, 각 부처는 이 기준과 방식에 따라 성인지 예·결산서를 작성한다. 기재부가 취합한 각 기관의 예·결산서는 ‘성인지 예·결산 협의회’의 조정을 거쳐, 국회에 예산안 첨부서류로 제출된다. 여가부가 성인지 예·결산서에 필요한 기준을 만드는 데 참여하고 자문 및 교육훈련을 지원하기는 하지만, 기재부가 주도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것에 가깝다.

정치권에서는 ‘여가부 폐지’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윤 후보가 남초 커뮤니티발 ‘가짜뉴스’를 인용하는 등 부처 사업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 부족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 예산에 대한 기초적 이해도 없이 일부 커뮤니티에서나 돌아다니는 잘못된 사실관계와 논리를 여과 없이 차용해 반여성 캠페인에 몰두하는 후보가 과연 제대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을지 심히 우려스럽다. 윤 후보는 당장 잘못된 사실을 정정하고 사과하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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